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천안문 망루 ‘동반자’서 급변침…다섯달만에 갈등관계로

등록 2016-02-21 19:33수정 2016-02-22 11:21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박근혜 정부 3년 파탄난 외교안보통일

롤러코스터 탄 한-중 관계

“한·중은 역대 최고 우호 관계로 발전했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나라는 어려움을 함께 한 친구(患難之交)다.”(박근혜 대통령)

지난해 9월2일, 중국의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돌 열병식을 앞두고 정상회담을 한 한·중 두 정상의 만면엔 웃음이 넘쳤다. 2013년 초 나란히 취임해 다진 우의가 절로 배어나오는 듯했다.

천안문 망루 외교 ‘파격’

“역대 최고 우호관계” 과시했지만
북핵 대응 이견에 한-중 ‘밀월’ 끝나

박근혜 정부 사드 배치 공론화

신냉전 기류 속에 양국관계 추락
중 관영매체 ‘보복 위협’ 서슴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미국보다 먼저 중국에 특사를 보냈다. 미국에 치중해 중국을 경시하던 이명박 정부와 첫단추부터 다른 접근을 했다. 중국은 시 주석 취임 즈음에 3차 핵실험을 한 북한을 전례없이 차갑게 대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줄곧 홀대를 받았다. 마지막날 겨우 시 주석을 만나고 심야에야 북한으로 돌아갔다. 반면에, 한달 여 뒤인 6월 방중한 박 대통령은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파격은 이듬해도 이어졌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와 역사 문제로 일본과 눈길도 마주치지 않던 중국은 그해 1월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전격 개관했다. 두달 뒤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적군’ 중국군의 유해가 한국으로부터 송환됐다. 시 주석은 그해 7월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공식 방문한다. 중국인들은 “한국과 중국은 하오펑유(好朋友·좋은 친구)”, “중-한 관계는 최고”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고, 9월3일 천안문 망루에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나란히 올랐다. 한-중 관계의 절정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일각에선 ‘중국 경사론’이 제기될 정도였다. 한-중 관계의 미래는 열병식 당일 파란 베이징 하늘만큼이나 선명해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열병식이 끝난 오후 베이징엔 거짓말처럼 스모그가 엄습했다. 한-중 관계도 추락했다. 연말 한국은 일본과 졸속으로 위안부 합의를 하면서 중국과의 역사 문제 공동 대응 전선에서 이탈했다.

올 1월엔 사달이 났다. 북한이 6일 전격적인 4차 핵실험을 벌인 것이다. 북한의 도발은 역대 최강의 한-중 관계를 증명해보일 것만 같았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한국 정부에게 중국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중국은 대북제재 대신 미국과의 북핵 책임 논쟁에 몰두했다. 박근혜 정부는 중국에 대북 압박을 주문했지만 중국은 묵묵부답이었다. 중국은 강력한 제재가 한·미·일 동맹에 도움을 주고 북한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UN) 결의 위반 여부보다 자국 안보에 끼치는 득실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속내가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깊은 신뢰 관계라던 한-중 두 정상의 통화는 북핵 실험 한달 만에야 이뤄졌다. 성과는 없었다. 이튿날 북한은 장거리 로켓 실험으로 치달았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이라며 극구 꺼리는 사드 카드를 꺼냈다. 사실상 북한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향한 배신감이 담긴 조처였다.

북핵을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보는 한국과 반대로 사드 배치가 치명적으로 전력을 노출시킬 것이란 중국의 엇갈린 안보 이해 앞에 2년 반여의 짧은 밀월관계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은 일본의 역사 역주행에 함께 반대하고 미-일 동맹에서 거리를 두려는 듯했던 한국을 끌어당겼고, 한국은 3차 북핵 실험 뒤 북한에 단호한 모습을 보인 중국에 큰 기대를 걸었다”며 “그러나 4차 핵실험 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압박을 느끼던 중국은 ‘핵보다는 적을 만드는 게 더 부담이다’라고 판단했다. 한국도 중국의 미온적 태도에 실망하자 이내 과거보다 더욱 한-미 동맹을 강화했다. 밀월의 이유가 됐던 기본 조건들이 한순간 사라져버린 셈이다”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한 베이징 소식통은 “박근혜 정부가 기대한 중국의 역할과 중국의 이익(북한의 전략적, 지정학적 자산론)이 극명하게 어긋나자 양국 관계가 추락했다”고 말했다.

불과 다섯달 전 최상의 한-중 관계를 추어올리던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제 제2의 한국전쟁과 동북 3성 무력 증강론, 사드 포대 공습론을 서슴지 않는다. 재중 한국 기업인들은 “언제 어떤 부분에서 중국 정부가 트집을 잡고 해코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쫓긴다. 진징이 교수는 “한국의 현 정부 아래선 양국이 관계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젤렌스키 “가스 운송 중단 결정, 모스크바의 가장 큰 패배” 1.

젤렌스키 “가스 운송 중단 결정, 모스크바의 가장 큰 패배”

중국 대사관 “정치행사 참여 말라”…윤석열이 부추긴 ‘혐중’ 확산에 공지 2.

중국 대사관 “정치행사 참여 말라”…윤석열이 부추긴 ‘혐중’ 확산에 공지

젤렌스키 “북한군 1개 대대 전멸” 3.

젤렌스키 “북한군 1개 대대 전멸”

퇴임 보름 앞둔 바이든, 이스라엘·우크라에 무기 ‘퍼주기’ 4.

퇴임 보름 앞둔 바이든, 이스라엘·우크라에 무기 ‘퍼주기’

세계 최고령 116살 일본 여성 숨져 5.

세계 최고령 116살 일본 여성 숨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