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인근에서 지역 주민들이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키예프/AP 연합뉴스
유엔 주재 중국 대사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초기 중립적 입장을 보였던 중국이 갈수록 러시아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2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오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임박설은 근거가 없다. 전쟁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쪽은 이날 회의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며, 개회에 앞서 표결을 통해 15개 이사국 가운데 10개국이 찬성해 회의가 진행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표를 던졌고, 가봉·인도·케냐는 기권했다.
장 대사는 “러시아는 군사행동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선언했고, 우크라이나 쪽도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며 “병력 배치를 둘러싸고 긴장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상황이 전쟁으로 연결될 것이란 미국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 대사는 “안보리 이사국 상당수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확성기 외교’가 아닌 ‘조용한 외교’를 촉구했지만, 미국이 이같은 건설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모든 관련 당사국들은 안정을 유지하고, 위기를 부풀리지 말고, 동등하고 책임있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대사의 발언은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양쪽과 ‘전략 동반자’ 관계인 탓에 사태 발생 초기 중립적인 입장이던 중국이 빠르게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뜻이다. 네벤자 대사는 이날 공개회의를 소집한 미국에 대해 “확성기 외교의 전형”이라며, “자국 영토 안에서 병력을 이동배치하는 것은 내정에 속한다. 미국은 거짓 주장만 늘어놓지 말고 침공 임박설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말했다.
반면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과거 러시아가 크림반도·조지아·몰도바 등지를 침공한 전력을 거론하며, “우크라이나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은 과거 여러차례 경험했다. 러시아의 행태는 비단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위협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2차 대전 이후 유엔 안보리가 만들어진 이유는 현재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것과 같은 위협에 대처한 것”이라며 “안보리의 목적은 군사적 갈등만 발생한 뒤 이를 해결하는 것 뿐 아니라,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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