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미국은 ‘러 침공 임박’…우크라이나는 ’침공 위협 과장돼’

등록 2022-01-30 11:48수정 2022-01-30 12:08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난 봄에 비해 긴장 고조 안됐다”
오스틴 미 국방 등은 “언제라도 침공할 병력 구축 완료”
우크라 관리들 ‘미국이 침공 막을 지원않고는 위협만 과장’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맞서 우크라이나 하르키프에 배치된 우크라이나의 의용부대원에게 29일 한 종군 신부가 기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맞서 우크라이나 하르키프에 배치된 우크라이나의 의용부대원에게 29일 한 종군 신부가 기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는데,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는 침공 위협이 과장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는 그 위험이 무엇인지 이해한다. (러시아군이 집결되기 시작한 지난 봄에 비해) 우리는 긴장이 고조됐다고 보지않는다. 공포에 빠져서는 안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킨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미국 쪽의 잇단 주장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들은 이 사안을 가능한 첨예하고 화급하게 만들고 있다”며 “내 의견으로는 그건 실수이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자 회견을 전후해 미국 쪽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안보 수뇌부들이 일제히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언제라도 침공을 감행할 충분한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에 구축했다며, 그런 병력 구축은 크렘린에게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하는 공격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들을 제공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동석한 마크 밀러 합참의장은 “그들이 거의 경고없이 공격을 시작한 가능성이 있다”고 동의했다.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위협은 아주 현실적이고, 임박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대로 우리가 봤던 그런 병력 구축을 감안할 때, 침공은 아무런 공지없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늦게 “곧 병력을 동유유럽과 나도 회원국으로 이동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쪽은 심지어 러시아가 혈액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으로 수송했다며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가 침공해서 사상자가 발생하면 혈액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부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부상자를 위한 혈액 및 다른 의료품을 공급했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정보들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며 “이런 정보는 사실이 아니며, 정보전 및 심리전의 일환이다”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미국이 러시아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막을 조처는 취하지 않고 침공 위협만 과장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안보보좌관인 올렉시이 다닐로프는 “공포는 실패의 자매이다”며 “그게 바로 우리가 우리의 동반자들에게 말하는 ‘너무 크게 소리치지 말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협을 보는가? 그렇다면, 우리에게 매일 10대의 전투기를 보내라, 그러면 위협은 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젤렌스키의 또다른 보좌관은 “미국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위협을 과장한다는 느낌이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아마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지 말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우크라이나에게 강요하려고 위협을 과장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을 시작으로 서방 국가들이 자국 주재 외교 인력의 철수를 단행하는 등 위협을 공식화함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경제적 충격을 주고 있다는 불만도 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와의 분쟁을 일상사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그 위협을 과장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다. 키에프의 연구소인 민주주도권재단의 마리아 졸키나는 “침공이 임박했다는 기대가 커질수록 우크라이나는 그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에 더많은 양보를 하도록 압박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보는 정보 판단의 차이도 작용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위성을 보면, 병력 증강을 알 수 있을 것이나 그것이 공격 위협인지 단순히 병력 교체인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며 “우리의 전문가들은 그것을 더 깊히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군사동향을 겉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러시아에 익숙한 우크라이나는 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 쪽은 우크라이나의 태도에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러시아 문제를 담당하는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워싱턴포스트>에 “젤렌스키과 그 보좌관들 사이에는 군과 정보기관이 제공하는 것을 놓고 의견 분열이 있는 것 같다”며 “젤렌스키와 그의 정무팀은 자신들의 우선순위을 정하고는 정보기관 및 군과 의견을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로 귀환한 페트로 포로셴토 전 대통령의 재판이 젤렌스키에게 우선사안이라는 의미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틈을 파고 들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제, 미국이 러시아를 반대하려고 우크라이나를 뻔뻔하고 이용해서 키에프의 정권조차도 경각심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주요 외신들 “한국에서 계엄령이라니…충격, 기괴한 일” 1.

주요 외신들 “한국에서 계엄령이라니…충격, 기괴한 일”

미국 싱크탱크 “계엄 윤석열 몰락 예고” 긴급보고서 2.

미국 싱크탱크 “계엄 윤석열 몰락 예고” 긴급보고서

스웨덴 총리 “매우 놀라”…비상계엄에 방한 연기 3.

스웨덴 총리 “매우 놀라”…비상계엄에 방한 연기

비상계엄에 외교·안보 일정 휘청…미 “핵억지력 회의 무기한 연기” 4.

비상계엄에 외교·안보 일정 휘청…미 “핵억지력 회의 무기한 연기”

“셀프 쿠데타” “탄핵 목소리 분출” 외신 일제히 ‘비상계엄’ 조명 5.

“셀프 쿠데타” “탄핵 목소리 분출” 외신 일제히 ‘비상계엄’ 조명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