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미국이 러시아를 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의 회담 뒤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를 전쟁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나리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전히 대화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여지는 열려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갈등이 시작된 지 약 6주 만에 처음으로 그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이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안보에 관한) 러시아의 근본적인 우려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게 이제 분명해졌다”며 미국의 주요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안보가 아니라 러시아를 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면에서 우크라이나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고,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 반도를 되찾으려고 시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고 군사 작전을 개시하는 걸 상상해보라”며 “그러면 우리는 나토와 싸워야 할까? 이에 대해 생각해본 이들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여러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우리를 군사적 충돌로 끌어들이고 유럽 우방국들로 하여금 강력한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에게 크림 반도를 되찾기 위해 군사 작전을 시도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유럽,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나라의 이해와 안보를 보장할 길을 찾아야 한다”며 서방은 러시아가 제안한 안전 보장 요구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EU)에서 러시아와 분쟁을 일으키길 원하는 지도자는 한 명도 없다”며 러시아와 나토 사이 이견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는 것은 1999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인정한 ‘안보의 불가분성’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원칙은 다른 나라를 희생하면서 자국의 안보를 강화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문제가 우크라이나 위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진정으로 전쟁이나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한 군을 철수하고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루마니아와 폴란드의 나토 미사일 방어 시스템 기지에 공격용 토마호크 미사일이 배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용의가 있음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통신은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러시아에 보낸 서면 제안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 문제는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포함한 동맹과 논의를 거친 뒤 합의가 가능하며, 러시아의 지상 발사 무기에 대한 상호 검증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나토는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공격용 미사일이 없다고 밝혀왔으나, 푸틴 대통령은 이 기지가 러시아 공격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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