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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자신도 구원할 수 있을까

등록 2022-01-30 14:53수정 2022-01-30 15:22

연일 대러 강경 대응 주도하며
푸틴 개인 제재 가능성까지 띄워
‘홈에서 연전연패’ 리더십 위기
우크라 위기서도 밀리면 ‘끝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워싱턴 시내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산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워싱턴 시내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산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래 가장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10만 병력을 집결시켜 촉발한 전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느냐에 동유럽의 평화와 미국의 위상은 물론 바이든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운명도 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일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의 전쟁 위기 해결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하고,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한 제재를 준비하며 경고를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을 묶어세워 러시아를 압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이외 29개 모든 나토 회원국 지도자들과 직접 소통했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투입할 병력은 아니지만, 유사시에 대비해 미국 본토 병력 8500명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리기도 했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냉전 종식 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러시아 지도자에게 사용한 것으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언사도 잇따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푸틴 개인을 제재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에게는 미국이 동결할 수 있는 외국 계좌도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평가절하했지만 러시아 쪽으로서는 매우 불쾌할 수밖에 없는 언급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선거전 때는 푸틴 대통령을 “케이지비(KGB) 폭력배”라고 부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소련 시절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에서 일한 점을 새삼 끄집어낸 것이었다.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둔 러시아와의 갈등에서 나타나는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이고 단호한 면모는 잇따른 ‘내정 실패’로 의기소침했던 모습과 대비를 이룬다. 그는 야심차게 밀어붙인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 계획이나 선거법 개혁 등이 의회에서 야당인 공화당뿐 아니라 자당인 민주당의 반란표에 꺾이는 좌절을 겪었다. 40여년 만에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민심을 자극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연전연패는 내정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미군의 ‘초라한’ 아프가니스탄 철군 장면이 미국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게 만들었다. 끈질긴 견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갈수록 심한 ‘반항’을 하고 있다.

코드핑크 등 반전운동 단체 회원들이 27일 백악관 앞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갈등을 악화시켜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코드핑크 등 반전운동 단체 회원들이 27일 백악관 앞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갈등을 악화시켜 전쟁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돌출한 우크라이나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을 더는 뒤로 물러설 수 없게 만들었다. 취임한 지 1년여밖에 안 된 자신의 지지도가 바닥을 길 뿐 아니라, 민주당의 11월 중간선거 패배 전망이 팽배하고, 대통령 재선 전망도 점점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미국과 나토는 나토의 집단안전보장 대상이 아닌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받더라도 직접 병력을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설사 투입해도 막강한 러시아 육군을 상대하기가 버거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냉전시대에 서유럽에 공포의 대상이었으나 소련 붕괴 후 약해졌던 러시아군은 예전의 강한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러시아가 침공을 단념하게 만드는 것만이 미국과 바이든 대통령의 유일한 선택지다. 이를 위해 제재 경고, 동유럽에 대한 병력 추가 배치, 나토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등 온갖 대응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또 군사적 대응에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경제 제재 위협이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쓰이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경제 제재가 가해지면 러시아의 물가 상승률이 10%대 중반에 이르고 푸틴 대통령에게 민심이 이반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적나라한 경고까지 내놨다.

이런 과정에서 정작 침공 위협을 받는 우크라이나 쪽은 상대적으로 태연한 척하는데 미국은 연일 긴박한 경보음을 울려대는 다소 기묘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예프의 미국대사관 직원 가족 소개령에 대해 위기감을 불필요하게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군이 2월에 침공할 “뚜렷한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최근 시민들에게 “걱정 말고 잘 주무시라”, “가방 쌀 필요가 없다”고 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위기에 가장 애를 태우는 사람으로 비치는 배경에는 매우 취약해진 그의 입지도 있다. 뮬런버그대 여론연구소의 크리스토퍼 보릭은 “지난 여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엉망으로 끝났고, 가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했고, 인플레이션과 노동력 부족이라는 경제적 우려도 덮쳤다”며 “바이든은 지켜지지 않은 여러 약속에 싫증이 난 미국인들을 보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상황은 바이든의 능력에 대한 또 다른 시험”이라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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