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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미얀마 군정, ‘아웅산 수치’ 이끄는 NLD 해산

등록 2023-03-29 12:02수정 2023-03-30 07:22

2020년 1월28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연설하는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의 모습. 네피도/AP 연합뉴스
2020년 1월28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연설하는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의 모습. 네피도/A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을 해산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가 강력한 경쟁자를 제거한 뒤 ‘형식적 선거’로 권력을 연장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28일 밤 민족민주동맹이 군부가 마련한 새 법에 따라 재등록을 하지 않았다며 해산을 명령했다고 현지 국영 언론을 통해 전했다. 민족민주동맹 등 40여개 정당은 이날까지 재등록을 하지 않아 29일부터 정당의 자격을 상실했다. 미얀마 군부는 앞선 1월26일 정당등록법을 만들어 2개월 안에 당원, 전국 사무소, 국영은행 예치금 등을 마련해 정당으로 등록할 것을 요구했다. 미얀마에선 군부에 반대하는 정당을 말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고, 민족민주동맹도 “군부가 정한 법률을 따르지 않겠다”며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군부 정당인 통합연대발전당(USDP)은 재등록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족민주동맹은 2010~2011년에도 정당 등록이 말소된 적이 있다.

해산된 민족민주동맹은 미얀마의 독립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인 아웅산 수치가 이끌어온 미얀마 최대 정당이다. 1988년 ‘8888’ 민주화 항쟁으로 만들어진 이 정당은 1990년 선거 승리로 다수당이 됐지만 군부의 반발로 정권을 잡지 못했다. 아웅산 수치는 이후 15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다. 이후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미얀마 군부는 이후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2015년 11월 민족민주동맹이 참여하는 총선에 나섰다. 이 선거에서 민족민주동맹은 투표로 뽑는 의석(전체 의석의 75%)의 80%를 차지하며 통합연대발전당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아웅산 수치는 이후 외국인을 배우자로 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대통령이 아닌 국가고문으로 국가를 이끌어왔다. 군부는 국방장관·안보내무장관(치안 담당)·국경장관 등 요직과 의원 25%를 지명할 권리를 손에 쥐고 권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0년 11월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이 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자 군부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이듬해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 이후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군부는 아웅산 수치와 윈 민 대통령을 체포하는 등 민주 진영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가했다. 올해로 78살 고령인 아웅산 수치는 코로나19 방역 조처 위반, 재정 운용 규정 위반 등의 혐의로 총 33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27일(현지시각)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이 수도 네피도에서 78회 국군의 날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네피도/EPA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각)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이 수도 네피도에서 78회 국군의 날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네피도/EPA 연합뉴스
군부는 쿠데타 이후 6개월 간격으로 비상사태를 연장해왔다. 미얀마 군부는 올해 8월께 총선을 실시한다고 꾸준히 말해왔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비상사태는 최대 2년까지 가능하고, 이후 반년 안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군부는 쿠데타 2주년이었던 지난달 1일 ‘특수 상황’을 이유로 비상사태를 8월까지 한차례 더 연장했다. 민족민주동맹이 해산된 상태에서 총선이 치러지면, 이 선거는 군부의 정권 연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민족민주동맹은 “군부의 선거와 여론조사에 협력하는 모든 개인과 단체는 국가반역죄의 공범”이라며 군부가 치르는 총선 자체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민족민주동맹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함께 만든 임시정부인 민족통합정부(NUG)가 군부와 군사적으로 맞서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군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민족민주동맹 지도부 다수를 체포한 상황에서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 선거를 통해 군부는 민족민주동맹을 배제한 채 국가를 통제하는 ‘절반의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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