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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엄마 주검옆 아이들 방치…‘냉혈 이스라엘’

등록 2009-01-09 19:41수정 2009-01-10 01:31

한집에 110명 몰아넣고 포격…30여명 숨져
부상자 구조도 막아 ‘국제인도주의법 위반’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남동부 제이툰 마을에서 11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한 집에 몰아넣은 뒤, 30명가량을 숨지게 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9일(현지시각) 나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가 760명을 넘긴 가운데, 팔레스타인 현지에선 “전쟁”을 넘어선 “(민간인) 학살”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유엔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따 “이스라엘 보병들이 지난 4일 제이툰의 한 집에 주민 약 110명을 몰아넣고 24시간 뒤 반복적으로 포격을 가해 30명가량을 숨지게 했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경고했다”며 “가자지구 침공이 시작된 이후 가장 심각한 사건 중 하나”라고 밝혔다. 유엔은 또 집안에 갇혀 있던 팔레스타인인의 절반가량은 어린이들이었다고 전했다. 병원 후송차량이 도착하기 전까지 생존자들은 2㎞를 걸어야 했으며, 5개월 된 영아를 포함한 3명의 어린이들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아메드 이브라힘 사무니(13)는 <로이터> 통신에 “이스라엘 병사들이 마을 주민들을 한 주택으로 몰아넣었다”며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비탈 레이보비치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그 사건에 대해 보고 받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앞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8일 “엄마의 주검 옆에서 오랜 굶주림으로 일어서지도 못한 채 움츠려 있는 어린이 네 명”을 제이툰 마을에서 발견했다며, 이스라엘의 민간인 구조 거부를 비난하는, 이례적이고도 강경한 어조의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어린이들이 있던 집안의 매트리스 위에는 열두 구의 주검이 널려 있었고, 불과 80m 떨어진 곳에 이스라엘군이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제적십자위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1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제이툰과 인근 지역에 대한 구조를 나흘 동안 거부했다”며 “명백한 국제인도주의법 위반행위”라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위는 가자를 침공한 이스라엘군이 지난 7일 인도적 지원을 위해 하루 3시간씩 공격을 멈춘다는 조처가 있은 뒤, 이 마을을 찾았다가 이런 현장을 목도했다. 국제적십자위의 피에르 웨타슈 가자지구 민간인 구조단장은 8일 <가디언>에 “충격적인 일”이라며 “(부상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의 상황을) 이스라엘군이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도 우리를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8일 유엔의 구호차량마저 공격당하자,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는 모든 구호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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