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가디언 “실무·비밀회담 가능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채널을 만들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권인수위원회 관계자 3명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하마스와 접촉하려는 움직임은 하마스를 배척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책과는 분명한 단절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2006년 금융지원을 금지한 집단과의 대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대화의 가능성은 낮다. 미국이 하마스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참모들은 실무급 차원이나 비밀회담 등의 접근을 오바마에게 제안하고 있다. <가디언>은 하마스를 배척하는 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미국 행정부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아메리카재단’ 스티브 클레몬스 미국전략프로그램 국장은 “비밀 특사, 6자회담 같은 다자접근 등이 가능하다”며 “부시 시대의 하마스 완전 고립정책은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남식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하마스를 인정한 적이 없는 만큼, 하마스와 대화한다면 미국 중동정책의 기조가 바뀌는 것으로 이스라엘도 이것을 염려하고 있다”며 “현실성은 떨어져 보이지만, 만약 대화를 한다면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70년대에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비밀접촉을 벌였지만, 이스라엘은 한참 뒤에야 이런 사실을 알아챘다.
현실적으로 하마스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정착은 불가능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충돌한 당사자이자,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과 함께 아랍권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의회 132석 중 74석을 얻은 합법적 정치조직이다. 요르단강 서안의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팔레스타인을 묶어낼 힘이 없는 유약한 지도자다. 당장 하마스는 아바스의 4년 임기가 8일로 끝나, 9일부터 수반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침공을 버텨내고 오히려 세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중동특사로 유력한 리처드 하스는 <포린 폴리시> 1·2월호 기고에서 “하마스를 배제한 평화교섭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휴전 및 하마스와 파타의 화해를 전제로 “오바마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연합정권(하마스 + 파타)과 관계를 맺어야 하며, 미국 관리와 하마스 사이의 실무급 대화를 허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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