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남부 라파 난민촌에 떨어진 이스라엘 군 미사일의 잔해 곁에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서 있다. 가자/AP 연합
“즉각적 휴전과 이스라엘군의 완전 퇴각 요구”
안보리, 이례적 이스라엘 비판…미, 표결 불참
안보리, 이례적 이스라엘 비판…미, 표결 불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휴전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9일 긴급 안보내각을 열어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계속 벌이기로” 결정했고, 하마스도 로켓포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는 8일 밤 긴급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완전 퇴각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4개국이 찬성했으며, 줄곧 이스라엘을 지지해 왔던 미국은 표결에 기권한 뒤 “결의안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만 밝혔다.
결의안은 “가자 전역에 음식·연료·의료 등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이 방해받지 않고 공급되고 배분될 것을 요구한다”고 명시했다. 결의안은 또 “민간인에 대한 모든 폭력과 적대행위와 모든 테러리즘을 비난”하고, “이사국들이 (가자지구에서의) 무기 밀매를 금지하고 국경통과소 재개방을 보장하는 등 가자지구의 지속적인 휴전과 평화 유지를 보증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유엔 결의안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이스라엘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독자적 이해타산과 자위권에 의거해 행동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의 영어 뉴스 서비스 <와이넷>(Ynet)이 9일 보도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도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라고 밝혔다.
사미 아부 주리 하마스 대변인 역시 <알자지라>에 “유엔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이해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수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마스의 시리아 망명정부 정치국 부의장인 무사 아부 마르조크는 “어떠한 평화중재안도, 이스라엘의 공격 중지, 모든 국경통과소 개방, 이스라엘군의 즉각 철수 등 세 가지 조건이 선결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번 유엔 결의안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한 뒤 13일 동안 사망자만 760명을 넘어선 다음에야 나온 것이기는 하나,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은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뒤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안보리 결의안 표결 때 32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제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2006년 8월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레바논 전쟁 종식 결의안이 유일하다. 이번 결의안 채택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6일 유엔 학교를 공격한 데 이어, 8일 유엔 구호차량까지 공격한 데 대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9일 가자 남부 등지에 대한 폭격을 계속해, 이날 새벽부터 정오까지 19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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