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방위군이 23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가자시티를 공습해, 공습을 받은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려는 베냐민 네타냐후 우파 정부의 입법에 항의하는 시위가 고조되는 정치위기 속에서 네타냐후 정부가 가자 지구 폭격 등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 강화에 나섰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23일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을 가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공습은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남부로 6발의 로켓포가 발사되자,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행해졌다. 앞서, 이스라엘 군은 전날 팔레스타인의 서안 지구를 급습해 11명을 사살했다.
이스라엘방위군은 이날 성명에서 오전 6시 직후에 공습했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이날 새벽에 가자 지구에서 로켓포가 이스라엘 남부 아시켈로 및 스데로트 시 쪽으로 발사돼, 그중 5발이 이스라엘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고, 나머지 한 발은 주민이 살지 않은 평원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가자 지구 쪽의 로켓포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가자 지구의 로켓포 공격과 이스라엘의 공습 보복은 전날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통치하는 서안 지구의 나블루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대대적 급습으로 촉발됐다. 이스라엘군은 이 습격에서 이스라엘 공격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3명의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을 목표로 삼았고, 이 3명을 포함해 11명을 사살했다. 사망자 중에는 72살 노인과 10대가 포함됐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이번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최근 들어서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리는 이스라엘군의 습격으로 적어도 103명이 다쳤고, 이들 대부분은 총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에는 이스라엘의 극우성향 치안장관인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동예루살렘의 이슬람 성소인 알아크사 사원 구역을 방문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쪽의 무력충돌이 발생했다. 가자 지구의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 지하드’는 벤그비르의 이슬람 성소 방문에 대한 보복으로 동예루살렘의 한 유대교 회당을 공격했고, 7명의 이스라엘 주민이 사망했다. 이에 이스라엘군도 서안 지구를 공격하는 군사작전을 펼쳤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를 인정하나, 많은 민간인의 부상과 사망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말 총리 복귀 뒤 대법원의 위헌 결정을 의회가 의결로 뒤집을 수 있고, 대법관 임명에 의회 영향력을 강화하는 등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사법 개혁안’을 강행하고 있다. 이스라엘 시민 사회는 이에 반대해 20일 전국적으로 10만명이 가두시위에 나서는 등 정부에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부 권한 축소 시도는 내각에 포진한 부패 혐의 장관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는 또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 주민 정착촌 확대 등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계획에 우려와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가 대팔레스타인 관계에서 도발적인 강경 일변도로 나아가는 것은 우파 지지층을 결집해서, 최근의 정치위기를 돌파하려는 정치적 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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