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오른쪽)이 2015년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외 활동이 눈에 띄게 잦아지고 있다. 오바마가 최근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티브이(TV), 라디오, 온라인 방송은 물론 서점에까지 등장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는 등 여전한 정치력을 과시하고 있다. 세번째 회고록 <약속의 땅>은 출간 첫날 89만부나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지지자들은 오바마의 입각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정계 복귀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입장에선 언제라도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옛 상사’가 든든히 버티고 있어 좋을 수도 있겠지만, 매사에 잘난 전임자와 비교당할 일을 생각하면 마냥 편치 않은 상황이다. 식지 않은 오바마의 영향력이 바이든에겐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고 <가디언>이 22일 전했다.
회고록 홍보에 나선 오바마에겐 벌써부터 바이든 당선자의 취임 이후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오바마는 일단 “바이든은 내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라도 그를 도울 것”이라는 입장(<시비에스>(CBS) 뉴스프로그램 ‘선데이 모닝’ 인터뷰)을 밝혔다. 입각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랬다간 미셸이 ‘뭐? 뭘 하겠다고?’라고 반응할 것”이라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바마의 전기 <라이징 스타>의 작가 데이비드 개로우는 이와 관련 “바이든이 어떤 질문을 던지거나 요구를 하더라도 오바마는 흔쾌히 반응할 테지만, 8년간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은 형에게 의존하는 것 같은 느낌에 오바마에게 의지하는 걸 주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만년 2인자’로 비쳐지길 원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오바마가 올해 4월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전까지 바이든에 대한 공개적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던 점, 오사마 빈 라덴 암살 작전 등 외교 사안을 두고서도 서로 이견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바이든이 오바마에게 흔쾌히 조언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경기 침체, 인종갈등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오바마가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수밖에 없으리란 말이 나온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지속적 조언을 받았던 것과 비슷하리라는 것이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에서 일했던 수많은 인사들이 바이든 캠프에서도 일했던 만큼, 바이든의 백악관·내각 참모진 면에서 오바마 정부와의 연속성이 나타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바이든 정권 인수팀이 ‘선 바이든 캠프 출신-후 오바마 정부 출신’ 인사 우대 원칙을 밝힌 만큼, 꼭 ‘오바마 3기’ 같은 형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일각에선 대선 이후 ‘통합’을 내세운 바이든이 자신을 찍지 않은 7300만명 유권자를 끌어안기 위해 자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같은 스탠스를 취하며, 오바마를 진보 지지층을 묶어둘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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