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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끝장 소송 예고한 트럼프…124년 ‘아름다운 패배’ 전통까지 깼다

등록 2020-11-08 17:18수정 2020-11-09 02:42

미 언론 ‘바이든 당선’ 보도하자
트럼프 “선거 끝나려면 멀었다”
부시 이후 28년만에 재선 실패
바이든 취임식에도 불참 가능성
무더기 소송으로 혼란 길어지면
양쪽 지지층 간 충돌 번질 우려
공화당 내부서도 “결과 못뒤집어”
7일(현지시각) 골프를 치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7일(현지시각) 골프를 치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을 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이 서둘러 거짓 승자 행세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채, 대규모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279 대 214’(확보한 선거인단 수)라는 개표 결과는 명백히 ‘패배’를 말하고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 ‘부정 투표’ 주장을 고집하며 소송전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고 있다. 1896년 대선에서 패배한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민주당 후보가 “서둘러 축하한다”고 전보를 보낸 이후굳어진, 패자가 승복 메시지를 내오는 미국의 전통까지 깨며 미국을 예측 불허의 혼란 정국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7일 오전 11시24분(현지시각), <시엔엔>(CNN) 방송을 필두로 미 언론들이 ‘바이든, 제46대 미 대통령 당선’이란 소식을 타전했을 때, 트럼프는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이미 무턱대고 “이번 선거는 내가 이겼다. (그것도) 큰 차이로”란 글을 트위터에 던져놓고 골프장으로 나섰던 터, 트럼프는 소식을 전해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백악관에선 곧 “이 선거는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게 단순한 팩트”라며 9일부터 소송전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성명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7일(현지시각)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백악관 앞으로 몰려온 수천명의 시민들이 ‘당신은 해고됐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7일(현지시각)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백악관 앞으로 몰려온 수천명의 시민들이 ‘당신은 해고됐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골프장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길, 트럼프를 맞은 건 ‘당신은 해고야’라고 적힌 펼침막을 든 시위대였다. 두시간 뒤 트럼프는 “수백만표의 우편투표가 신청하지 않은 유권자에게 배송됐다”는 분노의 트위트로, 그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이번 패배로 트럼프는 미국 231년 정치 역사상 재선에 실패한 열번째(1900년 이후 여섯번째) 대통령이 됐다. 가장 최근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28년 전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이었다. 피 터지는 싸움이 끝난 뒤 깨끗하게 승복 연설을 하는 게 미국 정치의 오랜 전통이지만, 트럼프는 결국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자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동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권 인수 작업이 시작되는 게 통상적 관행이다. 하지만 바이든 캠프의 케이트 베딩필드 선대부본부장은 백악관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치열했던 4년 전 선거 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이틀 뒤인 11월1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를 만나 “당선자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다 하겠다”고 덕담을 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심지어 트럼프가 바이든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가 끝내 불복 의사를 굽히지 않는다면, 일부 경합주 재검표와 소송전이란 지루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 재검표 논란이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승복 선언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선거일부터 36일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여러 지역에서 무더기 소송을 낸 까닭에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길고 치열한 소송이 자칫 지지층 간 충돌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조된다.

결사항전을 외치는 트럼프와는 달리, 참모진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결과를 뒤집기 어렵다며,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명예로운 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에게 오랫동안 조언해왔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부정 선거 주장을 하려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소송전에 회의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게 대표적이다. 미국 주요 언론이 바이든의 당선을 발표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남은 두달여 임기도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시엔엔>(CNN) 방송은 대선 결과 승복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대통령을 만났다고 2명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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