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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흑인·아시안·여성 ‘3중 유리천장’ 깨고…해리스, ‘차기 대권 앞으로’

등록 2020-11-08 13:49수정 2020-11-08 13:55

자마이카·인도계에 주 법무장관·상원의원 경력
56살로 벌써부터 바이든 이후 유력 대선후보 거론
7일 밤(현지시각) 미국 대선 승리로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 부통령에 오르게 된 카멀라 해리스가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당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7일 밤(현지시각) 미국 대선 승리로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 부통령에 오르게 된 카멀라 해리스가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당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해리스, 또다른 장벽을 부수고 미국 최초의 여성, 흑인, 남아시아 출신 부통령 당선자가 됐다.’

7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 당선을 확정짓게 됨에 따라, 그가 러닝메이트로 지목한 카멀라 해리스도 부통령에 선출됐다. 미국 대선에서 여성이 부통령 후보에 두 차례 오른 적이 있지만, 실제 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리스는 첫번째 비백인 부통령 당선자이기도 하다. 해리스의 당선은 그동안 무시되고 간과돼왔던 수백만 미국 여성과 비백인들의 역사적 승리이기도 하다.

해리스는 이날 밤 승리를 확정지은 뒤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100년 이상 투표권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왔던 모든 여성들, 수정헌법 제19조를 지키기 위해서 싸워왔던 여성들 그리고 이번에 투표를 하기로 선택한 그리고 투표권을 지켜내기 위해서 계속해서 싸울 의지를 보여준 그런 여성들이 있었기에 이 순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밤, 소녀들이 지켜본 건 이 나라가 가능성의 국가라는 것”이라며 “제가 부통령직을 수행하는 첫 여성이지만, 제가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와 인도 출신 어머니 시아말라 고팔란 해리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흑인’과 ‘아시안’의 혈통을 물려받은 ‘여성’이란 상징성 등에 힘입어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번진 인종차별 해소 요구에 부응할 ‘적임자’란 평가를 받으며 부통령 후보로 낙점됐다.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상원의원에 이어 부통령에 까지 오른 그는 백인 중심 사회에서 소수인종 출신 여성이 유리천장을 깨고 정상에 오른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으로 비쳐지며 이번 대선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달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에서 열린 해리스의 유세를 보러 왔던 엘리너어 얼(77)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내 나이만 해도, 흑인이 저 자리까지 오를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부통령 후보가 된) 해리스를 보다니 정말 기쁘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유세를 놓칠 순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비백인 여성이란 상징성과 다양한 공직 경험에 더해, 특유의 카리스마로도 유권자들을 뜨겁게 사로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의 ‘버싱’(흑인과 백인을 섞어 등교시키는 정책) 반대 전력을 매섭게 비판하며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그의 빼어난 토론 실력에 ‘여자 오바마’란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입법정보 공유 누리집 ‘고브트랙’은 해리스를 “100명의 상원의원 중 가장 진보적인 의원”이라고 평가했다. 임신중지·마리화나 합법화, 총기 규제 강화에 찬성하고, 이민자들에겐 더 많은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표해온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검찰 시절엔 사형 집행에 반대했다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 된 뒤에는 오히려 사형제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서는 ‘정치적 기회주의자’ ‘실용적 온건주의’란 평가가 엇갈린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미 언론들은 바이든 못지 않게 해리스를 주목해왔다. 부통령이 대통령의 부재·유고시 역할을 대신하는 ‘2인자’로 비쳐져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던 것과 사뭇 다른 모양새다. 바이든이 트럼프가 만들어낸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전환기’ 지도자라면, 해리스는 벌써부터 정상화된 미국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나갈 차기 지도자감, 나아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기록을 새로 쓸 후보로 비쳐지고 있다.

바이든이 78살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데다, 이미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게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바이든이 물러나게 되면 56살의 젊은 해리스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유세 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 캠프가 할로윈 시즌을 맞아 미국 민주당을 비방하며 내놓은 광고는 부쩍 커진 해리스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광고는, 바이든 얼굴을 한 사람이 사탕을 달라며 집앞을 찾아온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바이든이 맞나’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는 집주인의 시선에 가면을 벗는 모습이 그려지며 해리스의 얼굴이 나타난다. 광고는 ‘누구에게 투표하는 건지 잘 생각해보라’며 끝이 난다. 바이든은 사실 꼭두각시이고, 실세는 해리스라는 이간책이다. 당선을 확정지은 해리스도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랬듯 충실하고 정직하며 준비된 부통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리스가 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그의 남편은 미국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이 된다. 그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55)는 엔터테인먼트·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두 사람은 2013년 절친한 친구의 소개로 만나 2014년 결혼했다. 엠호프는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이해충돌’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변호사 업무를 휴직하고 해리스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정애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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