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각) 치러진 미국 대선 개표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업타운 지역에서 시민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행진 시위를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연합뉴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3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가 끝난 직후, <시엔엔>(CNN) 방송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 수성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개표 초반 6개 경합주 가운데 애리조나(11명)를 제외한 5곳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 경합주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선전을 예고했던 대선 전 여론조사 결과와는 크게 다른 양상에, 또 ‘샤이 트럼프’가 이변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 크게 술렁였다. 하지만 4일 새벽, 오대호 인근 2개 주에서 불어온 ‘푸른(민주당의 상징색) 바람’으로 판세는 다시 한번 출렁였다.
이날 개표 시작 직후, 먼저 웃은 건 트럼프였다. 덩치가 큰 플로리다(51.2% 대 47.8%)를 지킨 데 이어, 심상치 않은 민심 이반 분위기를 풍겼던 텃밭 텍사스(52.3% 대 46.3%)는 물론 아이오와(52.6% 대 45.4%)에서까지 승리했다는 결과가 나왔고, 핵심 경합주 중 한곳인 노스캐롤라이나와 러스트벨트 지역 3개 주에서도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는 조사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6개 경합주는 플로리다와 노스캐롤라이나(15명), 애리조나 등 남부 ‘선벨트’와 위스콘신(10명)·미시간(16명)·펜실베이니아(20명) 등 북동부 ‘러스트벨트’로, 이곳에 걸린 선거인단 수만도 101명에 이른다. 트럼프는 4년 전 대선 때 이곳에서 근소한 표차로 승리를 거두며,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시엔엔> 방송의 집계에 따르면, 4일 오전까지 트럼프와 바이든이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각각 213명, 224명이었다. 두 사람이 당선을 확정 지으려면 각자 57명, 46명의 선거인단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새벽 돌연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개표에서 이겼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바이든 캠프를 비롯해 언론들도 이제까지의 집계만으로 결과를 단정짓긴 어렵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그리고 동틀 무렵, 심상치 않은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1996년 대선부터 민주당에 한번도 곁을 내어주지 않던 애리조나가 바이든 품에 안긴 데 이어, 트럼프 우세였던 위스콘신이 바이든 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다. 위스콘신의 대표적 도시 밀워키의 개표 결과가 공개되면서, 97% 개표 상황에서 바이든과 트럼프의 득표율이 49.5% 대 48.8%로 역전됐다. 아직 승자가 확정되지 않은, 메인(3명 또는 4명)과 네바다(6명)에서도 바이든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미시간에서 디트로이트가 속한 웨인 카운티의 개표 진행과 함께, 30분 만에 트럼프와 바이든의 득표 격차가 21만2천표에서 6만4천표까지 확 줄어들었다. 트럼프가 초반 우세를 보였던 러스트벨트에서 다시 이변이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 지지도가 높은 대도시 지역 개표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데다, 후반에 집중될 우편투표 개표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판세가 뒤바뀔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바이든의 승리를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오전 9시를 넘어서며, 미시간마저 뒤집어졌다. <폭스 뉴스>는 93% 개표 상황에서 바이든이 49.3%를 득표해, 0.1%포인트 차로 트럼프(49.2%)를 추월했다는 속보를 전했다. 완전히 개표가 끝나지 않았지만, 방송은 바이든의 승리 확률을 95%로 내다봤다. 사실상 바이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아울러, 공화당의 오랜 텃밭이었던 조지아(16명)의 ‘변심’ 조짐도 바이든에겐 청신호가 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실시간 개표 현황과 출구조사 등을 종합해 내놓은 승자 예측 시뮬레이션에서 조지아의 표심은 밤새도록 요동쳤다. 대선 당일 저녁 8시께까지만 해도 반반 가능성을 살짝 넘겨 바이든 승리 쪽으로 기울었다가, 자정 무렵엔 다시 트럼프 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4일 새벽, 조지아는 또다시 근소한 차로 바이든 쪽에 붙었다. 조지아의 경우, 애틀랜타를 비롯한 대도시 지역의 투표율이 2016년에 비해 높은데다 아직 개표율이 높지 않아, 바이든 쪽에선 공화당 텃밭에 푸른 깃발을 세울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조지아가 바이든에게 기울 경우 바이든의 최종 대선 승리가 유력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편투표 개표 연장 여부를 두고 뜨거운 논란이 예고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에서 바이든이 패배한다고 해도, 위스콘신과 함께 조지아나 미시간 중 한곳만 잡아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