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을 맞은 25일(현지시각) 부인 질과 함께 델라웨어주 뉴캐슬에 있는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헌화하고 있다. 뉴캐슬/AP 연합뉴스
2008년, 미국 민주당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는 조 바이든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36년 의정활동으로 풍부한 외교 경험을 쌓아온 노회한 백인 정치인 바이든을 택함으로써, 오바마는 백인 노동자 표를 끌어모으고 ‘경험 부족(당시 47살)’이란 이미지를 씻어 미국 4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8년 뒤 대선, 워싱턴 정계에 돌출적으로 부상한 ‘리얼리티 쇼 스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독실한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공화당 내 기반인 보수주의자들을 신경쓰고 있다’는 인상을 줘, 전통적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들끓었던 ‘트럼프 비토론’을 잠재울 수 있었다.
에이미 클로버샤(60) 미네소타 상원의원/ 경합주에 호소력/ 중도성향+백인이라 바이든과의 시너지 적음
카멀라 해리스(56)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자메이카와 인도계로 유색인종 표심 끌어안기 가능/ 경선 때 지나친 바이든 공격으로 불신
다섯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찾기’가 한창이다. 사실, 누가 부통령 후보가 되는지는 대선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아니다. 이번 대선 승패를 가를 핵심 쟁점은 ‘트럼프의 재선을 허용할 것이냐’ 여부다. 트럼프 대 바이든의 1대 1 구도가 형성되면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상태. 이제 남은 건, 긴가민가하며 마음을 정하지 못 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다. 위 오바마와 트럼프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대통령 후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부통령 후보를 찾는 일은 부동층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한 메시지 카드로 작용한다.
바이든의 최대 약점은 ‘70대 후반의 백인 남성’이라는 한 문장으로 축약된다. 러닝메이트 찾기의 핵심은 이런 약점을 최대한 희석시켜 시너지를 일으켜줄 만한 후보를 찾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 확실한 건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찾기 산식에서 ‘남성’이란 변수는 제외됐다는 점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초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바이든이 일찌감치 지난 3월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미 언론에선 이미 수많은 여성 정치인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에이미 클로버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과 카멀라 해리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등 바이든과 경선에서 맞섰던 이들은 물론, 코로나19 사태에 강한 봉쇄령으로 적극 대처하며 부상한 그레첸 위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조지아주 하원 원내대표 등 12명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엔 클로버샤와 해리스를 최종 러닝메이트 후보로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는 보도에 이어, 아예 클로버샤 쪽으로 기울어 그에게 인사검증을 요청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네소타 출신인 그를 러닝메이트로 삼아,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뺏겼던 중서부 지역 표심을 탈환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로 고령자의 건강 문제가 부각된 상황에서, 의회 경험만 13년인 클로버샤가 77살 바이든의 유고 시 곧장 직무를 대행할 준비가 돼 있는 후보로 부각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바이든과 같은 백인인데다 성향마저 중도로 비슷해 당내 진보층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실제로 진보성향 후원단체인 ‘원스 어겐 팩’의 노먼 솔로몬 고문은 “클로버샤를 러닝메이트로 정하면 민주당 통합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더 네이션>은 25일 싱크탱크 ‘진보를 위한 데이터’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민주당을 하나로 단합시킬 가장 적합한 후보를 워런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 조사에서, 바이든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자들 가운데 62%가 바이든-워런 조합이 이뤄지면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클로버샤(33%) 조합이나 바이든-해리스(42%) 조합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레천 휘트머(49) 미시간 주지사/ 경합주에 호소력/ 강경한 코로나19 봉쇄령에 대한 반감 상존
엘리자베스 워런(71)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 샌더스 지지층 껴안기 가능/ 지나치게 왼쪽으로 치우쳤다는 평가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바이든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흑인 관련 발언이 논란을 빚으며, 부통령 후보 선출의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나를 지지할지 트럼프를 지지할지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라는 그의 발언에, 흑인 유권자를 거수기로 보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담긴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흑인이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라는 점, 흑인 투표율이 59%로 낮았던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패배했다는 점도 무시 못할 요인이 되고 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트럼프는 한술 더 떠, 이 실언을 부각하는 디지털 광고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스테이시 에이브럼스(47) 전 조지아 주의회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 흑인 여성 최초의 여성 주지사 후보로 여성계 지지/ 경력 부족
이런 분위기를 타고, 자메이카와 인도 이민자의 자녀로 유색인종에게 호소력이 있는 해리스를 비롯해, 영부인 출신의 미셸 오바마와 흑인 여성 최초의 주지사 후보로 여성계의 지지가 두터운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조지아주 하원 원내대표,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플로리다주 올란도 경찰국장 출신 발 데밍스 하원의원 등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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