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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북-미 회담 하루 전까지 피 말리는 막판 ‘밀당’

등록 2018-06-11 16:19수정 2018-06-11 22:18

오전에 이어 오후 실무진 ‘마라톤 협상’
각각 수뇌부 오가며 보고-지시 받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1일 미국 쪽과의 실무 협의를 마치고 리츠칼튼 호텔을 떠나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1일 미국 쪽과의 실무 협의를 마치고 리츠칼튼 호텔을 떠나고 있다. 싱가포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북-미 양쪽은 상대방으로부터 한 치의 양보라도 더 받아내려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며 사전 조율을 했다.

양쪽 실무 협상 대표인 성 김 주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 각각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만나 정상 간 만남을 앞두고 최종 담판을 벌였다. 모두 4시30분 동안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문점에서 며칠간 진행된 실무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쪽에선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과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참석했다. 북한 쪽에선 최 부상을 비롯해,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 모습이 보였다.

김 대사와 최 부상 등은 호텔을 드나드는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거나 아예 접촉을 피했다.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로 이어질 막판 협상에 대한 부담감이 적잖은 모습이었다.

정상회담 의제는 어떤 정상회담이든 실무진이 ‘피 말리는’ 조율을 하는 것이 다반사이지만, 정상회담 일정 자체가 하루 전까지도 발표되지 않는 것은 ‘정상국가 간 회담’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날 저녁까지 다음날 정상회담의 형식과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싱가포르의 한 소식통은 협상 속도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최종 결단은 정상들이 할 것이지만, 사전 단계에서 어느 정도 근접해야 이런 일정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밤에야 일정을 공개했다.

김 대사와 최 부상은 오전 회담을 마치고 난 뒤나 또는 협상 중간에 각각 상부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리용호 외무상-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진전 내용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국 지도자와 멀리 있는 상태에서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것보다는 빨리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구조인 셈이다. 결국 정상회담 전날 현지에서 한 실무 협상은 양쪽 정상의 실질적 대리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무 협상팀을 마지막까지 진땀을 빼게 만든 것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한의 이에 대한 상응 조처 요구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날 저녁까지 이를 북한에 강하게 요구한 것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싱가포르/이용인 김지은 노지원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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