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오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과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막판 의제 조율을 위해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싱가포르/김성광 flysg2@hani.co.kr
북-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해온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1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막판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판문점 북쪽 통일각 협의를 마무리했던 이들이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싱가포르에서 다시 마주한 것이다.
실무협의가 열린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 먼저 도착한 것은 김 대사 일행이었다. 김 대사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31분께 흰색 승용차에서 내려 호텔로 들어섰다. 판문점 협의 때와 마찬가지로 앨리슨 쿠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과 랜디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함께였다.
15분 뒤 최선희 부상도 모습을 보였다. 실무진 2명과 흰색 밴에서 내린 최 부상은 김 대사와 마찬가지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곧이어 최강일 외무성 북미 부국장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도 도착했다. 최강일 부국장은 최 부상이 승진한 뒤 공석인 외무성 북미국장 대행역을 맡고 있으며, 김성혜 실장과 함께 이달 초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당시 김 부위원장을 수행한 바 있다.
9시50분께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일 첫 정상회담에 앞서 막판 줄다리기를 할 예정이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앞서 판문점 협의에서는 양쪽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전했다. 북-미는 크게 시브이아이디(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핵폐기)와 실질적인 체제안전보장을 놓고 각자의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들은 두 정상이 만나 두 의제를 어떤 수준으로 합의 및 표현할 것인지를 비롯해 초기 조처, 차기 회담 여부 등을 둘러싸고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쪽에서는 시브이아이디 명기를, 북쪽에서는 ‘종이뭉치 이상’의 신뢰가능한 체제안전 보장 조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의제들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질 경우 미국이 압박하고 있는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를 반출 또는 불능화 등 가시적 초기 조처가 나올 수도 있다. 다만, 미국 쪽의 분명한 반대급부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9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길 바라며 평양에 미 대사관 설치할 용의도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실무협의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23시간 앞두고 열린 만큼 양쪽은 전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양국 정상의 ‘실시간 지휘’를 받으며 실질적인 대리전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김 대사의 경우 이날 아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 조찬에서 이날 북쪽과의 협의를 사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침 일찍 자신의 트위터에 김 대사와 아침을 먹는 사진과 함께 “김 대사는 오늘 북쪽을 만난다.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에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올렸다.
싱가포르/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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