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걷는 소’ 전면 도축금지 싸고 미 정부-소비자단체 ‘팽팽’
미국에서 소비자단체는 물론 쇠고기 가공업계도 쇠고기의 안전성 강화 조처를 촉구하고 있으나, 미 정부가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소비자단체와 업계는 지난달 말부터 광우병 감염 우려가 가장 큰 ‘다우너’(아파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걷지도 못하는 소)를 식용으로 쓸 수 없도록 한 규정의 예외조항을 없애줄 것을 요청했다고 미국 일간 <프레스 엔터프라이즈>가 최근 보도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과 로사 드라우로 하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각각 상원과 하원에 다우너 규제 강화 법안을 제출했다.
미 농무부는 지난 2003년 워싱턴주에서 광우병 양성반응을 보인 소가 발견된 뒤 다우너를 식용으로 쓰는 것을 금지했으나, 예외조항을 두었다. 초기 단계 검사 때 주저앉지 않은 소는 수의 검역관의 승인을 거쳐 도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등은 “육가공 업체들이 식용에 적절치 않은 소의 도축을 위한 우회로로 이 조항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단체들이 예외조항 폐지에 주력하는 것은 다우너가 광우병을 비롯한 질병 감염의 우려가 가장 큰 소들이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육가공 업체들도 이들의 요구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육가공 업계를 대표하는 미국육류연구소(AMI)와 전미육류협회, 전미우유생산업연맹 등은 지난달 하순 예외조항 폐지 반대 방침을 전격적으로 바꿔 소비자단체들의 환영을 받았다.
육가공 업체들이 다우너 도축 전면금지에 동의한 것은 쇠고기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프레스 엔터프라이즈>는 전했다. 최근 다우너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등 잔혹한 방식으로 강제 도축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대량 전파된 이후 소비자 불안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 등 주요 쇠고기 수입국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수출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이런 결정의 한 요인이 됐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농무부는 현재 규정에 큰 문제가 없다며 다우너 도축 전면금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에드 샤퍼 장관은 최근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다우너 강제 도축으로 물의를 빚은 업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확답을 피했다. 이 조사가 끝나는 데는 몇 달이 걸릴 전망이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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