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있다. AP 연합뉴스
가자지구 참상 확대로 국내외적 비판을 받아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인질 협상 타결에 다소 시름을 덜게 됐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하며 나흘 간의 시한부 휴전이 연장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22일 추수감사절 휴가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압둘파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타밈 빈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통화해 인질 석방 합의 이행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전투 중단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논의했으며,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 사의를 밝혔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시시 대통령에게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강제 이주, 가자지구 봉쇄, 가자지구의 경계 재설정은 불가하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반 합의가 현실화되는데 핵심적 중재 역할을 한 카타르의 알사니 국왕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 “민간인 생명 보호, 국제법 준수, 가자지구 원조 지속과 확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 타결은 ‘인도적 전투 중단’과 인질 석방을 주장해온 바이든 대통령에게 의미 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부모를 잃은 3살짜리 여자아이 등 미국인 3명도 석방 대상이다. 백악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이집트·카타르 쪽과 인질 문제를 “긴밀히 협의해왔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백악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동영상에 붙인 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도력과 관여 덕분에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여성과 아동 50명 이상을 석방하는 협상이 타결됐다”고 했다. 그는 전투 중단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타냈다.
이번 인질 협상은 가자지구 내에서 민간인 희생이 커지는데도 미국이 이스라엘에 휴전을 요구하지 않은 채 전쟁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진보층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는 중에 타결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었다. 최근 엔비시(NBC) 여론조사에서는 18~34살 유권자의 70%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력한 대선 경쟁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한테 뒤지는 조사 결과도 이어지고 있다. 에머슨대가 유권자 1475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가상 대결 결과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3% 대 47%로 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공격 재개 의지를 밝히고 있어 이번 협상 타결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커비 조정관은 백악관은 인질 전원 석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면서도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할 것이며,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추적하는 수단과 능력을 갖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