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유권자를 겨냥해 보수적인 ‘빅 아이디어’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미 공화당 대선 후보들인 론 디샌티스, 니키 헤일리, 도널드 트럼프, 마이크 펜스. <시엔엔>(CNN) 화면 갈무리
후보가 난립하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논란을 일으키기 위한 이른바 보수적 ‘빅 아이디어’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퇴행적 공약들은 법제화될 가능성이 작음에도 보수화 흐름에 편승해 보수층의 관심과 지지를 얻으려는 목적이라고 <시엔엔>(CNN) 방송이 1일 보도했다. 니키 헤일리(51)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75살 이상 공직 후보의 경우에는 인지 능력 검사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사상 최고령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80)과 77살 고령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공약이다.
공직에 출마하는 사람을 상대로 한 인지 능력 검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검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누가 검사를 주관할지, 결과는 어떻게 평가할지 등 현실적으로 실행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헤일리 전 주지사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런 주장을 내놓은 이유는 양당 선두 후보에 대한 불안을 불 지피려는 의도다.
바이오테크 기업 창업자인 비벡 라마스와미(35)는 투표 연령을 현재 18살에서 25살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투표 연령은 미국 수정헌법 26조에 규정된 사안으로 바꾸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투표 연령이 꾸준히 낮아져 왔다. 라와스미는 특정 직업과 보수층 표심을 의식해 현실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와스미는 군인 등 국가에 봉사하는 직업 등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해 예외를 적용하자고 한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은 연금 수령 나이를 올리자고 주장한다. 이들은 노인이 된 베이비 부머 세대들보다도 현재의 젊은층들이 더 오래 살 것이라며, 젊은층들을 위한 연금 개혁을 내세운다. 하지만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추자는 주장은 복지에 국가 재정을 낭비하지 말자는 부유층의 주장을 대변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미국 영토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이민에 반대하는 보수층들은 속지주의 시민권 제도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제도는 수정헌법 14조에 근거한 것이다. 남북전쟁 뒤 해방된 노예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통해 디샌티스는 법원 판결 등을 동원해 이 제도를 무력화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헌법에 근거한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유 도시’ 건설 공약도 내놓았다. 연방정부 땅에 ‘자유 도시’를 건설해, 시민들에게 집을 제공하는 한편 제조업도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자유시장 경제를 주장해 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존 주장과 모순되어 보이지만, 그의 포퓰리즘 성향을 보면 놀랍지는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직이착륙 비행 차를 개발해, 교통체증을 완화하겠다는 공상과학(SF) 소설 같은 공약도 내놓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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