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처를 당분한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12일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이 지난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회동 참석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이 일단 올해 10월까지로 정해진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 통제 적용 유예 기간을 당분간 연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는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막으려고 디램은 18나노미터 이하, 낸드 플래시는 128단 이상, 로직칩은 14나노미터 이하 제조 장비를 자국 업체들이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효했다. 다만 중국에서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외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대상에서 1년간 제외했다. 두 기업이 이전처럼 제조 장비를 수입해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후 반도체 제조 장비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를 설득해 대중 수출 통제에 동참시켰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상무부의 이번 입장은 외국 정부와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간섭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나왔다고 했다. 또 미국의 이런 시도에 중국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가진 한국 쪽이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이 밝힌대로 미국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수출 통제 적용 유예를 연장하더라도 ‘당분간’이라는 단서가 붙는 한 삼성전자 등의 경영 불확실성은 완전히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 등에서 한국 기업들을 걸고넘어지는 분위기도 부담이다. 대중 매파로 불리는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 기업들이 로비를 통해 수출 통제 적용을 유예 받았다고 주장하며 그 연장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또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하자 ‘경제적 강압’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중국의 반도체 부족분을 메우면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8월 만든 ‘칩과 과학법’(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에 보조금을 주는 대신 중국 생산 확대를 제한하고 반도체 수율(무결함 제품 비율’ 등 민감한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한국 기업들이 보조금 수령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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