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촬영된 대만 신주시의 티에스엠시 본사 모습. 신주/AP 연합뉴스
대만의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티에스엠시(TSMC)의 류더인 회장이 미국의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미국은 이 법에 따라 자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반도체 수율(무결함 제품 비율) 등 민감한 경영정보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류 회장은 이날 대만반도체산업협회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것들 가운데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이 있다”며 “부정적인 효과가 없도록 조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계속해서 미국 정부와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에스엠시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총 4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제정된 반도체법에 따라 지급하는 보조금과 관련해 까다로운 수령 조건들을 내걸고 있다. 미 상무부가 27일 발표한 상세 지침에 따르면, 보조금을 신청하려는 기업들은 일반적인 경영 정보를 포함해 반도체 수율, 분기별 시설 가동률, 직군별 인건비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보조금을 빌미로 민감한 영업 기밀까지 요구하는 무리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정 이상 규모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예상치 못하게 많은 이익을 내면 받은 돈의 75%까지 토해내야 하는 규정도 있다.
한국 반도체 업계 역시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로이터>는 익명의 한국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미 정부가 요구한) 모든 것은 기밀”이라며 “반도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 구조다. 전문가들은 한눈에 우리의 전략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나아가 대만이 자국 내에서 더욱 완전한 반도체 공급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규제가 중국으로의 핵심 기술 흐름을 차단하고 있다”며 “대만이 전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계 공급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일 등 각국 정부들은 티에스엠시가 자국에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류 회장은 대만이 스스로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며, “외국 반도체 업체들이 대만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대만의 반도체 업계는 정부에 더 많은 세금 인센티브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부로 핵심 생산 시설을 외국에 이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과학과 최첨단 연구에 정부가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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