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3년 3월 25일 선거운동을 마친 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연방법원 재판에 넘겨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자신이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됐음을 알렸다. 그는 이 글에서 “부패한 바이든 행정부가 내 변호인들에게 내가 아마도 박스 관련 장난질 때문에 기소됐다고 알려왔다”며 자신이 1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출두해야 한다고 썼다. 플로리다는 그의 마러라고 자택이 있는 곳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뉴욕 맨해튼 검찰은 앞선 3월 전직 성인영화 배우에게 돈을 주고 성추문을 막는 과정에서 회계 조작을 했다는 등의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는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이번 기소로 그는 연방법원에 기소되는 첫 전직 대통령으로도 남게 됐다.
이번 기소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법무부가 임명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아왔다. 스미스 특검과 법무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여부 등에 대해 아직 공식 발표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서를 불법으로 빼돌리고 수사당국의 자택 수색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등 7건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이번 기소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뤄져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을 위해 공화당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은 앞서 1·6 의회 난입 사태를 조사한 미 하원 특별위원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문서가 마러라고 자택으로 반출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불거졌다. 대배심은 지난해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밖으로 가져나간 모든 기밀문서를 반환하라는 내용의 소환장을 발부했다. 두 달 뒤 연방수사국(FBI)이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수사 당국은 2021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기밀문서 300여건을 마러라고 자택으로 무단 반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건 유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나는 결백한 사람”이라며 “2024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현재까지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다른 모든 후보를 앞서고 있는 전직 미국 대통령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썼다. 또 “이것은 선거 개입이자 사상 최악인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앞에는 이번 건 말고도 추가적인 사법 리스크가 놓여있다. 이번에 그를 기소한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엎으려 시도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의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조지아주 선거 결과를 뒤엎으려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수사 중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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