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릭트 전 <시엔엔>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거짓말 생방송’ 판을 깔아줬다는 이유 등으로 사내외에서 비판을 받아온 크리스 릭트(51) <시엔엔>(CNN) 최고경영자가 결국 해임됐다.
<시엔엔>의 모회사인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는 7일 릭트를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재슬러브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최고경영자는 이를 발표하며 “<시엔엔>을 이끄는 일은 절대 쉽지 않으며, 혼란과 변화의 시기에는 더 그렇다”며 “그는 자신의 마음과 영혼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시비에스>(CBS)와 <엠에스엔비시>(MSNBC)에서 프로듀서 경력을 쌓은 릭트는 영향력 큰 보도 채널 <시엔엔>에서 13개월이라는 짧은 재임 기간 동안 경영적 결정과 보도 방향을 두고 여러 실수를 하고 마찰을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가 취임한 후 시청률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달 10일 그가 기획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운홀 행사가 결정적이었다. 프로그램은 310만명이 시청해 흥행에 성공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판적이던 이 방송이 생방송으로 거짓말을 할 기회를 줬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에서 일방적으로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수백만표를 도둑맞았다거나, 다른 나라들이 정신병원 수용자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릭트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맞서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며 주요 정치인을 출연시킨 게 무슨 잘못이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시엔엔> 안팎에서는 릭트가 이 방송이 진보 편향을 지녔다는 판단 속에 ‘우클릭’을 시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에이피>(AP) 통신은 그가 해임을 통보 받은 편집회의의 같은 자리에서 이틀 전만 해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시엔엔>은 릭트의 해임을 알리는 기사에서 그가 “험난한 임기”를 보냈다며 박한 평가를 내놨다. 이 기사는 잘못된 경영 판단 등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열린 태도”를 유지했지만 릭트는 “여러 실수로 그런 선의를 낭비했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