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4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전직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성관계 입막음을 위해 돈을 지급했다는 의혹에 대해 질문을 던진 기자의 휴대전화를 집어 던지고 “여기서 나가!”라고 소리친 녹취록이 공개됐다.
지난 3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자신의 전용기에서 성관계 입막음 의혹에 대해 끈질기게 질문한 미국 <엔비시>(NBC) 방송 기자에게 나가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에게 13만달러(약 1억7천만원)를 주고 2006년에 맺은 성관계에 대한 입막음을 시도하고 이를 장부에 허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직 미국 대통령이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소동이 벌어진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되기 닷새 전인 지난 3월25일,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대선후보 경선 유세를 한 직후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용기에 함께 탄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성관계 입막음 의혹 수사 관련 질문을 받자 “그들(검찰)은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답했다. 이어 <엔비시> 기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주일 전에 올린 뉴욕 맨해튼 검찰을 저격하는 내용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언급하며 “(당신은) 낙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낙담했다고? 난 방금 두 시간 동안 연설했다”며 기자의 말을 잘랐다. 그는 “그건 가짜 수사다. 우린 잘못한 게 없다. 정반대다. 이것은 가짜뉴스고, 엔비시는 그 중 최악이다. 더이상 질문하지 말라”며 발끈했다. <엔비시> 기자가 검찰 수사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난 당신과 얘기하고 싶지 않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고 소리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급기야 테이블 위에 있던 휴대전화를 집어 던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녹취 오디오에는 트럼프가 전화기를 던질 때 부드러운 쿵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를 여기서 내보내. 여기서 나가!”라고 수차례 소리쳤고, 그의 참모들은 기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트럼프 캠프의 대변인 스티븐 청은 “트럼프는 여러 주류 매체를 (전용기에) 태워 왔고 지금껏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소인부절차가 진행된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서 트럼프 가면에 죄수복을 착용한 시위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소동이 벌어지고 닷새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 34개 혐의로 기소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 기소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4일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밝히는 기소인부절차에 참석했을 때도 법원으로 이동하는 중 에스엔에스에 “초현실적인 것 같다. 그들이 나를 체포하려 한다”며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난다는 게 믿을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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