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 사저가 있는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러호버스비치/AP 연합뉴스
미국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이르면 6월1일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 속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16일 다시 만나 부채 한도 인상을 협의하기로 했다.
<시엔엔>(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16일 매카시 의장 등 상하원 지도부를 만날 예정이라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매카시 의장은 지난 9일 1차 회동을 했으나 ‘무조건 인상’과 ‘지출 대폭 삭감 조건부 인상’이라는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애초 12일에 다시 만나기로 했으나 이번 주로 일정이 미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사저가 있는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선천적으로 낙관론자라서 상황을 낙관하지만, 합의에 이르기 위해 우리도 원하는 게 있고 그들(공화당)도 원하는 게 있다”며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정부 소식통들은 실무자들 차원의 협상은 “생산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양쪽이 코로나19 대응 예산 불용액 처리 등 일부에서 공동의 논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바이든표 정책’이나 복지 지출 삭감은 불가하고, 공화당은 가시적 지출 삭감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서로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선에서 타협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데왈레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시엔엔>에 출연해 “건설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 틀에서 타결 가능성을 보여주는 논의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부채 한도 인상 협상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한 날짜(6월1일)가 다가오고, 그때까지 남은 의회 개회일이 나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긴장감을 키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17일(현지시각) 출국한 뒤 24일 오스트레일리아 쿼드(미국·인도·일본·오스트레일리아) 정상회의 때까지 백악관을 비우는 점도 부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 상황에 따라 화상으로만 참여할 수도 있다던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여전히 직접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17일 워싱턴을 출발해 18일에 히로시마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 의회예산처의 경우 디폴트 발생일을 6월15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백악관과 공화당이 실제 디폴트 시점을 저울질하며 벼랑 끝 협상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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