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가 4일 서북부 항구도시 마라카이보에서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의회 의장이었던 과이도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한 2018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며 임시 대통령을 자임하기도 했다. 마라카이보/EPA 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일부 해제해 유럽으로 석유를 공급하도록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6일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은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9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이르면 다음달에 이탈리아 석유회사 에니와 스페인 석유회사 렙솔이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유럽으로 운송할 것이라고 이 사안을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미국 국무부가 두 업체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에 대해 가진 채권과 밀린 배당금을 석유로 받도록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부정선거와 야권 탄압, 시위 폭력 진압을 이유로 2년 전부터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금수 조처했다. 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 정부를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고유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올해 3월 고위급 대표단을 베네수엘라에 보내 관계 개선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후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인 수감자 2명을 풀어주고, 선거에 관해 야권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처는 유럽 석유회사 두 곳에만 해당돼 석유 공급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자국 석유회사 셰브론이 베네수엘라와 석유 사업을 논의하는 것을 승인하는 등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본격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지닌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제재와 서구 기업들의 철수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양국 접촉에 대해 아는 관계자들은 미국의 움직임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70%를 중국 정유회사들이 사기 때문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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