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순방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헬기로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4박5일 순방을 마치고 24일(현지시각)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미국은 한·일과의 동맹 강화, 쿼드의 결속과 행동 의지 과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중국 견제 네트워크는 상당히 강화됐지만, 그 반작용으로 동아시아 지역 긴장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그해 4·5월 일본과 한국 정상을 가장 먼저 백악관으로 초청하며 아시아·태평양에 방점을 찍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 사태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크라이나 상황이 다소 안정되자 한·일을 찾아 동맹과 중국 견제 강화 행보에 나선 것이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이라는 말로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한국의 역할 강화를 명시했다. 또 북한의 위협을 근거로 들기는 했으나 한-미 연합훈련 범위와 규모를 “한반도와 그 주변”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중국을 겨냥해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힐 수 있다. 미국 행정부는 한-일 관계 회복을 북한보다는 중국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요구해왔다.
동맹을 이용한 중국 견제 의지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더 뚜렷했다. 양국 정상 공동성명은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와 정합하지 않는 중국의 지속적 행동에 관해 논의했다”며 중국을 명시적으로 겨냥했다. 또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억제력 강화에 협력”하겠다며 중국에 대한 대응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은 쿼드(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정상회의가 계기인 만큼, 이 회의 논의와 공동성명도 큰 무게를 갖는다. 이번 2차 대면 정상회의 공동성명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거론하며 “규범에 기초한 해양 질서에 대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법 준수를 옹호”하겠다고 밝혔다. 또 “무력 행사나 현상 변경 시도에 맞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 등의 원칙을 촉진하기 위해 “단호히 함께 행동한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3월 정상급으로 격상되며 당시 첫 화상 정상회의를 한 쿼드는 그동안 코로나19나 기후변화 대응을 앞세우는 모습이었으나 이번에 ‘반중 연대’의 성격이 확연해졌다.
이번 합의에는 중국이 상당 부분 영유권을 주장해 주변국들과 마찰을 빚는 남중국해 등에서 불법 어로 합동 감시 체계를 만드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는 중국 해군 활동 감시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달 12~13일 워싱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특별정상회의에서 불법 어로 단속 지원을 위해 해양경비대 함정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캐치프레이즈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명분으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전개해왔는데, 이에 더해 중국 선박 단속이라는 공세적 활동에 나서려는 것이다.
한·미·일 등 13개국이 참여해 도쿄에서 출범을 선언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는 아직 구체적 행동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경제 측면에서 중국 견제 틀로 작동할 전망이다. 미국은 참여를 주저하던 인도와 아세안 국가들을 다수 끌어들이는 데도 성공했다.
결론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은 중국 견제 네트워크를 겹겹이 구축한다는 전략에 부합하는 결과를 냈다. 백악관은 2월에 내놓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에 맞서는 “전략적 수단”으로 동맹 강화와 현대화를 내건 바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미레야 솔리스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장은 이번 순방은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 참여국들의 협력에 대한 기대가 낮은 점 등 역풍도 존재한다고 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 순방 마지막 날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이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하며 연합훈련을 한 데서 보듯 긴장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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