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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바이든, ‘쿼드 동지’ 인도에 불만…“러 에너지 수입 확대 반대”

등록 2022-04-12 12:39수정 2022-04-13 02:30

우크라전쟁 ‘중립’ 모디 총리와 화상회담
인도, 러시아와 전통적 관계 탓 미적지근
미, 쿼드 참여 인도의 미온적 태도 ‘실망’
인도 외무 “유럽이 러 석유 훨씬 더 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인도 ‘2+2’ 회담에 참석한 양국 외무·국방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인도 ‘2+2’ 회담에 참석한 양국 외무·국방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확대가 “인도의 이익에 반한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협의체 쿼드(Quad)의 구성원이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립’을 고수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한 셈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각) 미-인도 화상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산 에너지와 무기 수입과 관련해 모디 총리를 압박했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러시아산 에너지나 다른 상품 수입 확대가 인도의 이익에 반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 화상 회담은 워싱턴에서 열린 양국 외교·국방장관 ‘2+2’ 회담과 같은 날 개최됐다. 두 나라는 다양한 방면에서 ‘포괄적 전략 파트너 관계’ 발전을 논의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인도의 태도를 놓고 다소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바이든 대통령은 머리발언에서 “미국과 인도는 러시아의 전쟁이 주는 불안정을 어떻게 다룰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인도는 서구가 주도하는 대러 제재에 불참하고, 침공을 비난하지도 않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부차에서 확인된 민간인 학살에 대해선 “분명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7일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시킨 유엔총회 표결은 기권했다. 앞서 유엔총회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 표결에도 기권했다. 인도는 옛 냉전 시기부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옛 소련과 러시아에 접근하면서 무기를 조달하는 등 오랫동안 우호 관계를 이어왔다.

미국은 ‘내 편이 다 됐다’고 여겨온 인도의 태도에 당혹감을 표출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인도가 냉전 시절 우호국인 러시아에 “다소 흔들리고 있다”며 에둘러 불만을 표시했고, 사키 대변인 역시 지난달 인도 업체가 제재로 값이 떨어진 러시아 원유를 많이 사들인다는 보도와 관련해 “역사책이 쓰일 때 어디에 자리잡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도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에게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하라고 요구했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도자들이 역사의 바른 편에 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개적으로 강하게 말해주기를 장려한다”고 말했다.

인도의 석유 수입량에서 러시아산 비중은 1~2%(미국산 10%)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백악관은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제재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것은 대중 포위망에 포섭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인도가 ‘대오’를 이탈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면서, 전체적인 미국의 대중 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러 양국 역시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했는지 최근 각각 왕이 외교부장(지난달 25일)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1일)을 보내 외교장관 회담을 여는 등 관계를 다졌다.

인도는 기존 입장을 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이 “솔직한” 대화를 했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서 ‘솔직한’이라는 표현은 주장을 굽히지 않고 맞섰다는 뜻이다. 모디 총리는 자국이 부차 학살을 “즉각 비난”했다며 “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통령들과 여러번 통화해 평화를 호소하면서 직접 대화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학살은 비난하면서도 전쟁 자체에는 여전히 ‘중립적’ 태도를 보인 셈이다.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2+2’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러시아산 석유 월간 구매량은 유럽의 하룻날 오후 수입량보다 적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산 수입 비중이 25%인 유럽이 아니라 왜 인도에 손가락질하냐고 반발한 것이다.

하지만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중·러가 단단히 연결되는 것은 인도의 생각에 명백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가 ‘앙숙’인 중국과 밀착하는 러시아와 결국엔 거리를 둘 것이라는 기대를 접지 않은 것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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