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사지원자의 역사관을 따지는 기업. 지에스(GS)칼텍스는 지난해부터 대졸 신입사원 채용전형에 한국사 능력시험을 도입했다. 외부 검정기관에서 실시하는 한국사능력 검정시험에서 3급 이상을 획득한 지원자들은 시험이 면제된다. 때때로 면접 과정에서도 한국사와 관련된 질문이 나온다. “외국에서 사업을 하다보니 국가적 정체성이 없는 사람은 사업을 제대로 못하더라”고 말한 최고경영자의 뜻이 반영됐다.
#2 최고경영자가 반드시 최종 면접에 참여하는 기업. 지에스칼텍스 채용전형의 또 다른 특징이다. 허동수 회장은 한 번도 최종면접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적이 없고, 직접 지원자들의 자질을 점검한다. 회사 쪽은 그만큼 지에스칼텍스가 인재선발에 공을 들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자기한계 극복·리더십 발휘 경험 있는 지원자 우대
허동수 회장이 직접 역사관 따져…국사 시험 필수
지에스칼텍스는 올해 9월에 대졸 신입사원 50명가량을 채용한다. 지난해 채용 규모와 비슷하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채용 규모가 크지 않다. 올해는 잡셰어링 차원에서 에너지인턴도 네 차례에 걸쳐 450명 뽑을 예정이다. 지에스칼텍스 채용전형은 서류전형→ 조직가치 부합도 검사→ 종합직무역량 검사→ 역량 면접(집단, PT, 개별면접 등)→ 최종 면접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정유업체 입사에 도전할 예정인 김봉섭(27·가톨릭대 국제통상전공 4학년)씨가 지난 22일 서울 역삼동 지에스타워에서 이재영 지에스칼텍스 인사부문 전무를 만났다. 김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에스칼텍스 신입사원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점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말씀해달라.
“신뢰와 도전, 유연, 탁월 등 네 가지 조직가치를 바탕으로 전략적 사고와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도록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한다. 조직가치를 달달 외워서 실천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에너지인턴은 어떻게 운용되나?
“원래는 여름방학에 인턴십을 운용해, 이를 이수한 학생들에게는 정규 채용 때 1차 면접을 면제해줬다. 간혹 정말 우수한 인재라는 점이 검증되면 곧바로 채용되기도 했다. 올해는 에너지인턴을 운용하기 때문에 기존 인턴십 프로그램은 실시하지 않는다. 에너지인턴은 3개월씩 구직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위주로 교육을 받는다. 자기소개서 작성법이나 면접스킬 등도 포함된다. 두 달간 현업에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다만 에너지인턴의 경우, 정규 채용 때 부여하는 별도의 가산점은 없다.”
-경쟁률은 어느 정도인가?
“에너지인턴 1기들이 이번 달에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2기가 8월부터, 3기가 11월부터, 4기가 내년 2월부터 운용된다. 한 번에 100명씩 뽑는데, 이번에는 1400명이 몰렸다. 도움을 받으면 취업 가능성이 높아지는 사람들을 위주로 선발한다.”
-채용전형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을 꼽는다면?
“회장님이 직접 면접에서 지원자들의 역사관을 본다. 보통 최종면접에 3배수 규모로 올라오는데, 한 번도 참여를 안 하신 적이 없다. 우리도 처음엔 역사관에 따라 좋은 인재가 가려질까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한국 경제에 이바지할 인재들은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회장님의 뜻이 워낙 강하다. 일일이 텔레비전 사극을 빼놓지 않고 보시기 때문에, 사극에 관련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신다. 지난해의 경우, 촛불집회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한국사 능력시험도 치러야 한다던데?
“국사편찬위원회에 의뢰해 30문제가량을 출제한다. 공고를 할 때 전체 시험문항의 50%는 예상문제 풀(250문항)을 먼저 보여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웃음) 그런데 단순한 역사 사실을 묻는 문제들이 많은 편이어서, 역사관을 볼 수 있는 유형의 문제를 좀더 출제해줄 것을 관련기관에 의뢰해놓은 상태다.”
-어떤 역사관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나?
“같은 역사적 사실이라도 보는 시각이 다를 수가 있다. 어느 한쪽에만 편향적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가르기식으로 역사를 이해하기보다는 포괄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귀를 닫지 않고 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포용적 역사관이랄까?”
-구직자들 사이에서 학벌을 많이 본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그런가?
“출신대학을 보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최종 면접 때 통과할 가능성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삼성전자 등과 같은 기업처럼 수천명씩 뽑을 수 없고 소수 규모만 뽑기 때문에 외부의 시선이 그럴 수도 있겠다. 다만 학력 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한 지원자를 우대하고 있다.”
-어떤 경험을 한 지원자가 유리한가?
“남들이 쉽게 하기 힘든 특이한 경험을 한 이들을 우대한다. 예를 들어 슈퍼모델 대회 입상경력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도 있다. 이 지원자는 최종 합격했다. 외국의 유명한 산을 등반했거나 마라톤 완주 등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사람, 큰 규모의 단체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 근성을 필요로 하는 복싱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은 사람 등 다양하다.”
-중소기업 인턴 경험도 도움이 되나?
“자기가 했던 일만 죽 적어놓은 지원자들에겐 눈길이 가지 않는다. 그런 일들을 통해서 어떤 걸 얻었다는 걸 명시해야 한다. 대기업 인턴 한 달가량 하면서 회사 구경만 하다가 오는 것보다는 작은 기업이라도 직접 어떤 일을 수행해서 뭔가 개선해냈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1차 역량면접에선 어떤 이들이 좋은 점수를 받나?
“프레젠테이션 면접에서 실제 지원자들이 입사 뒤에 겪을 수 있는 비즈니스 상황이 주어진다. 보통 20~30쪽가량의 자료를 사전에 주는데, 주어진 자료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단순히 데이터들을 짜깁기해선 좋은 점수를 얻을 수가 없다. 프레젠테이션 스킬도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 있는 목소리와 좋은 몸짓을 보여주는 지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입사를 준비하는 구직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른바 ‘스펙’만으로 취업을 하기는 어렵다. 이전에는 중상 수준 정도만 되면 취업이 잘 됐다. 지금은 그 정도 수준이면 대부분 실패한다. 그만큼 경쟁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특별한 강점을 쌓아나갔으면 한다. 많은 기업들이 지원자들에게 바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리·사진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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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입사했다
목표 기업 정해 맞춤형 입사 준비 ‘복싱부 주장’ 독특한 이력 차별화
지에스(GS)칼텍스 DC사업부문 강북지사에서 일하는 위성욱(30)씨는 2007년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다. 그가 하는 일은 강북지역 안에 있는 25개 주유소의 전반적 운영 및 영업을 관리하는 마케팅 컨설팅이다. ‘입사비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입사를 원하는 기업 한 곳만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전략을 짤 것”을 권했다.
먼저 위씨는 지에스칼텍스에서 국외영업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정한 뒤,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스터디를 꾸렸다. 신뢰와 도전, 탁월, 유연 등 지에스칼텍스의 인재상에 자신만이 갖고 있는 경험을 결합해, 차별화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대학 시절 복싱부 주장을 지낸 그의 독특한 이력은 후한 점수를 받았다. “자기 한계를 극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복싱을 시작한 그는 비인기 동아리였던 복싱부에 대한 적극적 홍보 활동으로 회원 수를 배로 늘리기도 했던 경험을 상세히 적었다. 경영학 전공자이지만 부전공으로 미술사를 공부한 것이나 다양한 교내외 공모전 입상 경력 등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면접관이 비즈니스 상황에 대한 주제를 제시하면,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1차 면접을 앞두고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기출문제의 유형을 뽑아 스터디 동료들과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쳤고 인턴십에 참여했던 이들을 수소문해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이 기업 저 기업을 다 기웃거리지 않고 목표를 분명히 세우면 오히려 취업 준비가 수월해진다”고 귀띔했다.
지에스칼텍스 인사부문 관계자들은 위씨가 2차 면접에서 허동수 지에스칼텍스 회장에게 건넨 말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어떤 생각으로 우리 회사에 들어오려고 했는가’라는 질문에 “따님을 달라고 청하기 위해 장인어른을 찾아뵙는 심정으로 입사시험에 임했다”고 답했다. 풍부한 정보 수집으로 ‘장인’을 설득할 자신만의 강점을 차근차근 모아나갔다는 위씨의 입사준비기에 허 회장도 고개를 끄덕였다는 후문이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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