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엘지트윈타워에서 엘지전자 박은영 채용그룹장(오른쪽)과 예비 구직자 김성봉(25·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4년)씨가 면접 방법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인사팀장과 절친되기] ⑥ 엘지전자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엘지트윈타워 서관에서 있었던 예비 구직자 김성봉(25·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4년)씨와 엘지전자 박은영 채용그룹장의 만남은 일종의 ‘모의면접’을 떠올리게 했다. 김씨는 1시간30분여 동안 박 그룹장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때때로 박 그룹장의 돌발질문을 받아 진땀을 흘렸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 등에서 20년 가까이 인재채용을 담당해온 박 그룹장은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가 얼마나 기본적인 것들에 충실한지를 눈여겨 본다”며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열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 충실한지 주목…성실·열정 느낄수 있어야
직무 프레젠테이션, 논리력·발표력·팀워크 중시 - 학점과 토익점수, 자격증 등이 채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정도는 없다. 기업이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사실 전공 지식과 같은 부분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지원자가 공부했다는 분야에 대해 물어보면 답변을 잘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당황해서 못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초적인 전공 지식이 없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자격증은 판단요소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 서류전형은 입사의 첫 관문이다. 엘지전자만의 차별화된 방식이 있나? “시뮬레이션을 거쳐 회사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점수화하는 것은 채용담당자가 처리한다. 하지만 실제 인원 선정 및 판단은 신입사원을 뽑는 현업 부서에서 직접 결정한다. 이것이 타사와 다른 점이다.”
- 상반기에 인턴을 모집한 걸로 안다. 얼마나 뽑았나? “80명의 인턴사원을 선발했다. 이 가운데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할 비율을 전체의 80%로 잡고 있다. 10명 가운데 8명은 정규직으로 뽑겠다는 이야기다.” - 인턴십 운영에서 올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에는 정규직 전환 비율을 명시하지 않았다. 올해는 잡셰어링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서 80%는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다보니 인턴 채용단계에서도 좀 더 신경을 썼다. 하반기에는 인턴채용 계획이 없다.” - 다른 기업의 인턴 경험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인턴활동을 한 그 자체보다는 그곳에서 인턴을 하면서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하다.” - 직무적성검사로 RPST(Right People Selection Test)를 봐야 한다던데. “다른 기업의 유사한 검사는 주로 지원자의 논리력 등을 측정하지만, 엘지전자는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를 보기 위해 이 시험을 치른다. 1시간 안에 90문항 정도를 풀어야 한다.” - 직무 프리젠테이션 면접에선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나? “논리적으로 자료를 만들었는지, 다른 이들에게 발표하는 능력이 뛰어난지 등을 두루 살핀다. 실제로 회사에 들어오게 되면 해야 하는 업무가 제시된다. 평가 기준으로 팀워크도 상당히 중요시하는 편이다. 업무능력이 탁월하더라도 팀워크 능력이 떨어지거나 겸손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다거나 하면 불리할 수 있다.” - 석사학위를 소지한 이들이 유리한가? “요즘 석사학위 소지자가 너무 많다.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는 구분을 굳이 둬야 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 면접관들이 돌발질문도 많이 한다던데. 어떤가? “즉석에서 한번 예를 들어 주겠다. 김성봉씨는 오늘 왜 그 색깔의 넥타이를 골랐나?” - (머뭇거리며) 봄이고 해서 민트색을 골랐다. “그럼 다음 단계로 넥타이가 몇개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만일 넥타이가 하나라면 앞뒤가 안맞는 답변을 한게 된다. 즉 지원자의 답변이 정말 스스로가 생각한대로 말한 건지, 그냥 듣기 좋은 말들을 늘어놓은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좋다. 지원자들이 면접시간이 길어지다보면 자신이 이전에 말한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 지원자의 생각을 면접관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나? “잘 모를 때는 끝까지 추가 질문을 던져서 파악한다. 때로는 거꾸로 지원자에게 질문을 해보라고 하기도 한다. 많은 지원자들이 질문을 받을 때의 상황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당황해 한다. 면접관들은 지원자가 질문을 던지는 수준만으로도 얼마든지 평가가 가능하다.” -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다가 자칫 단점을 부각시키진 않을지 걱정된다. “단점을 말하더라도,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곁들인다면 점수를 받을 수 있다.”
- 면접시험 대비를 하다보면, 지원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질문들이 적잖다. 예를 들어 태안 앞바다에 밀려든 기름의 양을 얼마로 추정할 수 있느냐는 식이다.
“문제 해결 능력을 엿보려는 질문 유형이다. 이럴 땐, 문제를 먼저 잘 파악해야 한다. 엘지전자 면접장이라면, 새로 출시된 텔레비전을 국내에서 얼마나 많이 팔 수 있을까 등의 질문도 나올 수 있겠다.”
- 면접에서 떨어진 지원자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이가 있다면?
“프리젠테이션 면접에서 어떤 지원자가 발표를 하면서, 자신이 읽은 책 3권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 공교롭게도 내가 다 읽은 책이었다. 그런데 책을 통해 얻은 교훈을 언급하는데 좀 이상해서 책 내용을 물었더니 하나도 모르더라. 세 권 모두 다 그랬다. 책을 안 읽었는데도 그냥 발표에 끼워 넣은 것이었다. 이 지원자는 떨어뜨렸다. 정직성에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 그룹장이 지원자들을 관찰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항목은 뭔가?
“기본기다. 예를 들어 자신이 엘지전자 입사에 열정을 갖고 있다는 지원자들이 많다. 그러나 열정의 정의를 내려보라고 하면 못내리는 이들이 많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내세워선 안 된다. 이것은 결국 기본기를 얼마나 잘 쌓아왔는가의 문제다. 한가지 물어보겠다. 엘지전자 입사를 준비하는 김성봉씨의 경쟁상대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 어학연수 경험이 없다. 그래서 나보다 어학실력이 뛰어난 이들이 아닐까 싶다.
“너무 막연하다. 신입사원의 채용이 왜 줄어든다고 생각하나.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경력직 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김성봉씨의 경쟁자는 나와 같은 경력직으로 채용된 사원도 해당된다. 또 이런 경쟁자는 전세계에 있다. 엘지전자는 미국으로, 유럽으로 나가서 학생들을 뽑아오기도 한다. 기업은 인재를 뽑기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전에는 국외 지사에 국내 직원들을 보내왔는데, 지금은 그것이 과연 최선인가하는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정도다. 예컨대 미국의 좋은 인재를 브라질 지사로 보낼 수도 있다. 자신이 현재 처한 위치를 잘 파악해야 입사시험에도 잘 대처할 수 있다.”
- 좀 더 넓게 보라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호기심을 가져라. 하다못해 식당에 사람이 너무 붐벼서 오랜시간 줄을 서서 기다릴 때도, 여기는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어서 이럴까 생각해봐라. 자꾸 호기심을 갖다 보면 문제해결 능력이 생긴다.”
- 지원할 수 있는 사업부가 모두 5개다. 어떤 사업부가 가장 경쟁률이 높은가?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스)다. 아무래도 이쪽이 인기가 제일 높더라. 지원자들은 1지망, 2지망, 3지망을 표기할 수 있으며, 해당 사업본부에서 이력서를 검토한다.”
- 학점과 토익점수에서 커트라인이 있나?
“지원자격을 갖췄다면, 전체적으로 통합된 점수를 본다. 학점은 좀 낮지만 토익점수가 아주 높다면 보완이 되는 식이다.”
- 자기소개서를 쓸 때 유의할 점이 있다면?
“많은 지원자들이 자신이 성실하다고 밝힌다. 그런 걸 읽다보면 ‘뭐가 성실하다는 거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정말 성실하다면, 자신이 스스로 밝히는 게 아니라 읽는 사람들이 그걸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성실한 사람임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쓰면 된다.”
- 서류전형 지원 때 학교에서 추천ID를 받아서 지원하기도 한다. 가산점이 있나?
“없다. 우리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할 때 부여하는 것일 뿐이다.”
- 최근에 주로 쓰는 면접기법이 있다면?
“요즘 압박면접은 잘 안쓰는 것 같다. 자칫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일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이 지원자를 우리가 채용하지 않더라도, 이 사람이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면접기법이 중요하기보다는, 면접관의 스타일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어떤 사람들은 면접을 하는 건가 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실제로는 지원자의 면면을 완전히 파악한다.”
- 향후 달라질 채용제도가 있다면?
“이전에는 구직자가 입사지원을 하면 그 안에서 사람을 뽑았다. 굉장히 소극적이고 수동적 채용방식이다.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원하는 인재를 찾아 나서는 활동들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원하는 인재를 어떻게, 어디에서 찾을 건지, 또 그들이 어떻게 엘지전자에 관심을 갖도록 할 것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직무 프레젠테이션, 논리력·발표력·팀워크 중시 - 학점과 토익점수, 자격증 등이 채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정도는 없다. 기업이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사실 전공 지식과 같은 부분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지원자가 공부했다는 분야에 대해 물어보면 답변을 잘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당황해서 못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초적인 전공 지식이 없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자격증은 판단요소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 서류전형은 입사의 첫 관문이다. 엘지전자만의 차별화된 방식이 있나? “시뮬레이션을 거쳐 회사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점수화하는 것은 채용담당자가 처리한다. 하지만 실제 인원 선정 및 판단은 신입사원을 뽑는 현업 부서에서 직접 결정한다. 이것이 타사와 다른 점이다.”
- 상반기에 인턴을 모집한 걸로 안다. 얼마나 뽑았나? “80명의 인턴사원을 선발했다. 이 가운데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할 비율을 전체의 80%로 잡고 있다. 10명 가운데 8명은 정규직으로 뽑겠다는 이야기다.” - 인턴십 운영에서 올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전에는 정규직 전환 비율을 명시하지 않았다. 올해는 잡셰어링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서 80%는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다보니 인턴 채용단계에서도 좀 더 신경을 썼다. 하반기에는 인턴채용 계획이 없다.” - 다른 기업의 인턴 경험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인턴활동을 한 그 자체보다는 그곳에서 인턴을 하면서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하다.” - 직무적성검사로 RPST(Right People Selection Test)를 봐야 한다던데. “다른 기업의 유사한 검사는 주로 지원자의 논리력 등을 측정하지만, 엘지전자는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를 보기 위해 이 시험을 치른다. 1시간 안에 90문항 정도를 풀어야 한다.” - 직무 프리젠테이션 면접에선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나? “논리적으로 자료를 만들었는지, 다른 이들에게 발표하는 능력이 뛰어난지 등을 두루 살핀다. 실제로 회사에 들어오게 되면 해야 하는 업무가 제시된다. 평가 기준으로 팀워크도 상당히 중요시하는 편이다. 업무능력이 탁월하더라도 팀워크 능력이 떨어지거나 겸손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다거나 하면 불리할 수 있다.” - 석사학위를 소지한 이들이 유리한가? “요즘 석사학위 소지자가 너무 많다.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는 구분을 굳이 둬야 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 면접관들이 돌발질문도 많이 한다던데. 어떤가? “즉석에서 한번 예를 들어 주겠다. 김성봉씨는 오늘 왜 그 색깔의 넥타이를 골랐나?” - (머뭇거리며) 봄이고 해서 민트색을 골랐다. “그럼 다음 단계로 넥타이가 몇개냐는 질문이 가능하다. 만일 넥타이가 하나라면 앞뒤가 안맞는 답변을 한게 된다. 즉 지원자의 답변이 정말 스스로가 생각한대로 말한 건지, 그냥 듣기 좋은 말들을 늘어놓은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좋다. 지원자들이 면접시간이 길어지다보면 자신이 이전에 말한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 지원자의 생각을 면접관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나? “잘 모를 때는 끝까지 추가 질문을 던져서 파악한다. 때로는 거꾸로 지원자에게 질문을 해보라고 하기도 한다. 많은 지원자들이 질문을 받을 때의 상황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당황해 한다. 면접관들은 지원자가 질문을 던지는 수준만으로도 얼마든지 평가가 가능하다.” -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다가 자칫 단점을 부각시키진 않을지 걱정된다. “단점을 말하더라도,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곁들인다면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엘지전자의 ‘RPST’ 시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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