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현미경 수출업체인 파크시스템스의 직원들이 회의실에 모여 제품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박상일 대표는 “경영상황을 매달 공개하고 직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해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크시스템스 제공
파크시스템스, 불황에도 올 매출 120억 예상
운동화 납품업체 세원은 영어강좌 등 개설
운동화 납품업체 세원은 영어강좌 등 개설
CSR(사회책임경영) 중소기업도 뛴다 /
④ 국내편
우리나라에도 사회책임경영(CSR)이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이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도 사회책임경영에 나서야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고, 잘 활용하면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중소기업들에서도 미약하나마 고용, 환경, 투명성 등의 측면에서 사회책임경영을 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원자현미경을 수출하는 직원 80명의 파크시스템스는 평생고용과 육아지원 부문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다. 1997년 창업 당시부터 정년 60살로 평생고용을 보장하고 있으며, 출산 여직원에게는 법정 육아휴직 뒤에도 여러 달 동안 하루 반나절이나 1주일 가운데 절반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매주 월요일에 전체회의를 열어 직원들에게 지난달의 수주 실적, 매출 현황 등 재무정보를 공개한다. 박상일(48) 대표는 “사회책임경영을 통해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신뢰감, 소속감 등이 높아져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도 2000년 16억원에서 올해 120억원(추정치)으로 크게 늘어 올 하반기에 10명 이상의 직원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중계기 납품업체인 쏠리테크는 사외이사 수(2명)를 사내이사(4명)의 절반으로 늘려 매월 이사회를 여는 등 경영 투명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이는 원청업체인 에스케이텔레콤과 같은 대기업의 윤리경영 요구 수준에 맞추려는 시도다.
나이키에 운동화를 납품하는 세원 역시 나이키의 요청으로 사회책임경영에 나섰다. 지난 1994년 중국 칭다오에 공장을 세운 이 회사는 2002년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경영 분야의 국제 표준규격인 SA8000 인증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노동자들을 위한 기숙사와 오락장, 영화관, 헬스장 등을 마련하고 컴퓨터반, 한국어반, 영어반 등의 강좌를 만들어 자기계발의 기회를 늘렸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에 관심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익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과 글로벌기업이 사회책임경영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업행위에 대한 가치가 매출에서 브랜드가치, 윤리경영, 사회기여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2010년 도입되는 ISO26000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중소기업이 사회적 책임경영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인 라임글로브 최혁준 대표는 “중소기업은 현재 사회책임경영을 하고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 조금만 해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될 수 있거나 소비자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지난해부터 ‘사회책임경영 포럼’을 열어 중소기업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또 벤처산업협회는 지난해 벤처윤리경영인증제를 도입한 뒤 올해 처음으로 파크시스템스, 안철수연구소, 쏠리테크 등 9개 기업을 벤처윤리경영인증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끝>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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