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포츠담시 얘거 거리에 있는 프로포츠담의 임대주택. 프로포츠담 제공
프로포츠담, 취약계층에 입주·취업 기회제공
임대주택 수리비용 줄어 경영성과 되레 개선
임대주택 수리비용 줄어 경영성과 되레 개선
종업원 12명이 일하는 친환경 전문 수리업체 풍크트. 풍크트 제공
CSR(사회책임경영) 중소기업도 뛴다 / ② 독일편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게는 좋은 인재도 끌어들이고 회사 이미지도 높일 수 있는 좋은 카드다.” 독일 포츠담시에 자리 잡은 부동산 임대사업체 ‘프로포츠담’(Pro Potsdam)을 이끄는 젊은 경영자 외른 베스트팔(40)은 ‘당장 회사를 더 키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할 중소기업이 사회책임경영(CSR) 같은 주제에 신경을 쓸 여지가 있나’라는 물음에, 되레 ‘실리’부터 들먹였다. 프로포츠담은 포츠담 지역의 20여개 공동주택 재개발·재건축·관리·임대를 맡은 사업체로 대략 10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독일 내 젊은 경영자들의 모임을 통해 2년 전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다는 그는 특히 동·서독 통일 이후 새로운 체제 적응 과정에서 약자로 내몰린 동독 출신 사람들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과거 동독 지역에 속했던 포츠담에선 통일 이후 동독 시절의 낡은 공동주택들이 잇따라 서독 자본의 손에 넘어가면서, 무엇보다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오로지 수익성만을 좇는 재개발 열풍이 몰아치면서 하루아침에 월세가 몇 배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경영을 맡은 베스트팔 사장은 우선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 기존 지역주민들의 처지를 살피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임대사업자’라는 회사 슬로건도 일찌감치 정했다. 재개발·재건축 프로젝트에는 지역단체들을 중요한 파트너로 끌어들였고, 사업이 끝난 뒤에는 처지가 어려운 지역주민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입주할 수 있는 기회도 줬다. 세입자들과의 공감대를 넓히는 게 결과적으로는 득이 된다는 믿음은 곧 현실로 증명됐다. “다른 경쟁사들에 견줘 세입자의 월세 미납률이 극히 낮아요. 무엇보다 진짜 ‘내집처럼’ 생각하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수리비용 등 각종 부대비용이 훨씬 줄어 회사의 경영성과도 개선됐죠.” 그가 들려준 얘기다.
직원 채용이나 인력 운용 면에서도 남달랐다. 몸이 다소 불편한 사람들이나 취약계층 출신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기회를 줬다. 직원들은 너나없이 크고 작은 모임을 만들어 지역사회 후원사업에 동참했고, 자연스레 회사의 이미지는 나아졌다. 프로포츠담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젊은 인력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건 물론이다. 사회책임경영의 물결은 글로벌 대기업의 문턱을 넘어 이제 지역사회를 무대로 활동하는 중소기업에까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베를린에 자리 잡은 ‘풍크트’(Punkt)는 직원이 고작 12명인 수리전문업체다. 투박한 인상을 지닌 ‘노가다’들이 모여있는 이곳에서도 ‘사회와의 소통’은 중요한 화두다. 아무리 수지에 보탬이 된다 하더라도 환경에 해로운 건축자재는 절대사절이다. 사회복지시설 같은 곳을 자주 찾아가 주특기를 발휘해 크고 작은 공사를 해주는 경우도 많다. 덕분에 회사의 이름도 꽤 알려진 편이다. 지난 4월 독일 중산층연구소가 독일 내 중소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조사대상 기업 949곳 가운데 ‘현재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0%였다. 하지만 ‘앞으로 중소기업에도 사회책임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준비에 나설 것이라는 응답은 75%나 됐다. ‘기업의 사회책임센터’를 이끌고 있는 수잔 랭 박사는 “중소기업에도 사회책임경영은 중요한 성공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관심 있는 기업 간에 사례를 공유하는 등 네트워크 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ㆍ포츠담/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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