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독후감 발표자는 누구?” 서울 서초동 우림건설 사옥 안 독서실에 모인 직원들이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신바람 일터 만들기 1부 ⑬ 독서 경영
우림건설, 현장 노동자 위해 독서·발마사지용 도서관
다양한 ‘독서행사’로 소통 원활해지고 생산성 높아져 “처음에는 솔직히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책을 손에 들 짬이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점심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언젠가부터는 도서관이 현장 인부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더군요.” 경기 화성 동탄새도시 ‘우림 게이티드하우스’ 현장의 정정호 소장은 지난 2년 동안 빡빡한 공사일정 속에서도 사고없이 공사를 마친 데는 현장에서 운영한 도서관도 한몫 했다고 자평했다. 인부들이 발맛사지도 받고 함께 영화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도서관을 활용하면서 작업현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덩달아 생산성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처음 500여권으로 시작했던 도서관 책은 2천여권으로 불어났고, 근로자들이 책을 빌려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 타운하우스는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중견건설업체 우림건설이 건설공사 현장에 ‘나눔 도서관’을 도입한 것은 지난 2005년 말부터다. 공사 현장이 개설되면 도서 500여권을 비치한 나눔 도서관을 개관하고, 다달이 신청도서와 기부도서로 20여권씩을 늘려 나간다. 이렇게 늘려간 책은 현재 전국 10개 현장 1만5천여권에 이르고 있다. 우림건설의 이런 책읽기 문화는 이 회사 심영섭 대표이사 회장의 독특한 ‘독서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심 회장은 매달 자신이 직접 선정한 책에 독후감을 친필로 적어 65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나줘주고 있다. 직원들은 책을 읽은 뒤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월례조회 때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독후감을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상을 포함해 회사나 동료, 선·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등을 스스럼없이 전달한다. 한 편의 시낭송도 곁들여진다. 한 권의 책, 한 편의 시가 직원들간 소통의 매개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혹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독후감 쓰기가 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이상엽 문화홍보실장은 “책읽기를 단순히 개인적인 지적 활동에 머물지 않도록 하고 사람들간 소통의 계기로 만드는 게 독후감의 미덕”이라고 강조한다. 직원들 스스로 독후감 형식을 빌어 회사에 필요한 각종 제안을 하기도 하고, 공통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면서 신바람나는 직장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직원들을 위한 문학행사도 다채롭게 열고 있다. 지금까지 160여회에 걸쳐 김용택 시인, 한비야 오지여행가 등을 초청해 직원들을 상대로 문학강연을 열었다. 지난달 25일에는 회사가 한국어판 번역 출간을 지원한 <한국전쟁, 마지막 겨울의 기록>(원제 Wall of Fire, 더들리 휴즈 지음, 임인창 옮김) 출판기념회를 저자를 초청해 사내에서 갖기도 했다. 이 책은 1952년 미군 소위로 참전했던 저자인 더들리 휴즈와 그의 쌍둥이 형인 댄 휴즈의 전쟁 기록으로, 당시 전투 상황과 참전 군인의 고뇌를 고국에 있는 아내에게 쓴 편지다.
우림의 독서경영은 소비자인 아파트 입주 고객들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충남 천안시 ‘용곡 우림필유’ 본보기집에 나눔도서관을 설치해 화제가 됐다. 또 회사가 지은 아파트 입주 때는 단지 입구에 그 지역 출신 시인들의 시비를 세워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아파트 입주민을 위해 단지 안 도서관에 책을 지원하고, 매달 선정된 도서를 전방 군부대와 사회복지단체 등 회사와 인연을 맺은 개인과 단체에도 꾸준히 배포하고 있다. 지난 1983년 전북 익산에서 소규모 건설업체로 출발한 우림건설이 국시공능력평가 34위의 중견 건설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숨은 원동력은 독서경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심영섭 회장은 “책읽기는 함께 나눌수록 행복해지는 해피 바이러스”라며, “나눔과 섬김의 자세로 시처럼 편안하고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짓자는 게 회사가 추구하는 고객만족 경영”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다양한 ‘독서행사’로 소통 원활해지고 생산성 높아져 “처음에는 솔직히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책을 손에 들 짬이나 있을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점심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언젠가부터는 도서관이 현장 인부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더군요.” 경기 화성 동탄새도시 ‘우림 게이티드하우스’ 현장의 정정호 소장은 지난 2년 동안 빡빡한 공사일정 속에서도 사고없이 공사를 마친 데는 현장에서 운영한 도서관도 한몫 했다고 자평했다. 인부들이 발맛사지도 받고 함께 영화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도서관을 활용하면서 작업현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덩달아 생산성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처음 500여권으로 시작했던 도서관 책은 2천여권으로 불어났고, 근로자들이 책을 빌려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이 타운하우스는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중견건설업체 우림건설이 건설공사 현장에 ‘나눔 도서관’을 도입한 것은 지난 2005년 말부터다. 공사 현장이 개설되면 도서 500여권을 비치한 나눔 도서관을 개관하고, 다달이 신청도서와 기부도서로 20여권씩을 늘려 나간다. 이렇게 늘려간 책은 현재 전국 10개 현장 1만5천여권에 이르고 있다. 우림건설의 이런 책읽기 문화는 이 회사 심영섭 대표이사 회장의 독특한 ‘독서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심 회장은 매달 자신이 직접 선정한 책에 독후감을 친필로 적어 65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나줘주고 있다. 직원들은 책을 읽은 뒤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월례조회 때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독후감을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상을 포함해 회사나 동료, 선·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 등을 스스럼없이 전달한다. 한 편의 시낭송도 곁들여진다. 한 권의 책, 한 편의 시가 직원들간 소통의 매개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혹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독후감 쓰기가 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이상엽 문화홍보실장은 “책읽기를 단순히 개인적인 지적 활동에 머물지 않도록 하고 사람들간 소통의 계기로 만드는 게 독후감의 미덕”이라고 강조한다. 직원들 스스로 독후감 형식을 빌어 회사에 필요한 각종 제안을 하기도 하고, 공통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면서 신바람나는 직장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직원들을 위한 문학행사도 다채롭게 열고 있다. 지금까지 160여회에 걸쳐 김용택 시인, 한비야 오지여행가 등을 초청해 직원들을 상대로 문학강연을 열었다. 지난달 25일에는 회사가 한국어판 번역 출간을 지원한 <한국전쟁, 마지막 겨울의 기록>(원제 Wall of Fire, 더들리 휴즈 지음, 임인창 옮김) 출판기념회를 저자를 초청해 사내에서 갖기도 했다. 이 책은 1952년 미군 소위로 참전했던 저자인 더들리 휴즈와 그의 쌍둥이 형인 댄 휴즈의 전쟁 기록으로, 당시 전투 상황과 참전 군인의 고뇌를 고국에 있는 아내에게 쓴 편지다.
우림의 독서경영은 소비자인 아파트 입주 고객들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충남 천안시 ‘용곡 우림필유’ 본보기집에 나눔도서관을 설치해 화제가 됐다. 또 회사가 지은 아파트 입주 때는 단지 입구에 그 지역 출신 시인들의 시비를 세워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아파트 입주민을 위해 단지 안 도서관에 책을 지원하고, 매달 선정된 도서를 전방 군부대와 사회복지단체 등 회사와 인연을 맺은 개인과 단체에도 꾸준히 배포하고 있다. 지난 1983년 전북 익산에서 소규모 건설업체로 출발한 우림건설이 국시공능력평가 34위의 중견 건설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숨은 원동력은 독서경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심영섭 회장은 “책읽기는 함께 나눌수록 행복해지는 해피 바이러스”라며, “나눔과 섬김의 자세로 시처럼 편안하고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짓자는 게 회사가 추구하는 고객만족 경영”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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