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길라잡이 직장 여성 양선영(29)씨는 북한 핵 실험으로 주가가 폭락하던 지난 10월9일 과감하게 주식을 샀다. 주가가 반등하리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직 주식 매수 청구권이라는 안전판을 믿고 일을 냈다. 합병, 영업 양수도, 주식 교환 등을 진행하는 회사는 여기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청구권을 줘야 한다. 양씨는 합병계약을 공시한 셋톱박스 업체인 홈캐스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홈캐스트 주가는 좀처럼 매수 청구 가격(3761원)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다 북 핵 악재로 주가가 급락하자 그 틈을 타 3460원에 1천주를 매수하는 데 성공했다. 예정대로 회사에 주식을 되팔면 약 30만원(301원×1천주)의 무위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양수겸장 ‘기회주의’의 매력=매수 청구권은 합병 여부를 의결할 주주 명부를 확정짓기 전까지 주식을 사서 주총 전에 반대 의사를 통지해야 그 권리가 발생한다.(그래프 참조) 그 뒤 매수 청구 기간 안에 회사에 주식을 사달라고 청구하면 대부분 한달 안에 결제대금이 들어온다. 매수 청구 가격은 이사회 결의일 전 2개월간 주가를 가중평균해 결정된다. 합병계약이 발표되면 호재로 인식돼 주가가 올라 청구 가격을 웃돌기도 하지만 반대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주식을 사놓은 뒤 매수 청구 마감일까지 주가가 청구 가격 위로 올라가면 장내에서 팔아 수익을 챙기고, 끝내 주가가 바닥을 기면 회사에 청구권을 행사해 차익을 얻는 양수겸장을 취할 수 있다. 양씨는 홈캐스트 주식이 바로 다음날 반등한데다 그 뒤 이틀간 상한가 행진을 펼쳐 4835원에 팔고 나왔다. 3일 만에 40%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물론 운이 따라준 결과다. 연 20% 수익 꿈이 아냐=올 들어 매수 청구권이 발생한 상장기업(코스닥 포함) 수를 조사해 보니 매달 5~15개 정도로 나타났다. 실제 주식을 사서 청구 대금이 들어오기까지는 두달 반에서 석달이 걸렸다. 따라서 5% 안팎의 차익거래를 목표로 종목을 골라 투자자금을 일년에 네댓차례 회전시킨다면 연 20%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 합병 무산으로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주가마저 하락하면 손실을 볼 위험도 있다. 합병이 승인되려면 주총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안전하다. 또 매수 청구권 행사 비율이 일정 한도를 초과하면 합병계약을 해제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3개월간 합병, 영업 양수도, 주식 교환 일정이 종료된 기업의 성사 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28개 업체 중 1곳만 계약이 해제돼 무산확률은 매우 낮았다. 실전 노하우=공시를 수시로 체크해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나 현금흐름이 양호한지 확인한다. 우회상장(장외기업이 장내회사를 인수해 뒷문으로 증시 입성)이 여전히 적지 않아 장외기업을 포함해 양쪽 회사를 모두 살펴봐야 한다. 일단 판단이 서면 신속히 행동에 돌입한다. 누구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종목은 바로 주가가 뜨기 마련이다. 그리고 꼼꼼해야 한다. 달력에 반대 의사·매수 청구 시한을 적어놓고 때가 되면 증권사에 전화해 절차를 밟아 간다. 깜박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매수 청구 투자를 즐겨한다는 양선영씨는 “무엇보다 회사가 합병을 추진할 의지가 있으면 주가 관리에도 신경을 써주더라”고 귀띔하고 “덕분에 결혼 자금 목표 고지가 가까워지고 있다”며 살포시 웃음을 머금는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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