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길라잡이] 다시보는 카드채
삼성카드가 지난달 5 대 1 감자를 발표하면서 신용카드회사들이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발행했던 전환사채(CB)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카드의 감자가 상장 절차를 밟기 위한 신호탄으로 풀이됨에 따라, 이들 카드채를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 차익을 얻을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채권 측면에선 상장이 악재=전업계 카드회사인 삼성·엘지·현대카드가 당시 앞다퉈 내놓은 고금리 전환사채 중 엘지카드 채권은 현재 전환 차익 가능성이 전혀 없다. 삼성카드 전환사채는 감자가 발표되자, 상장 추진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대량 거래를 수반하면서 가격이 내려앉았다. 채권 만기 안에 주식이 상장되면 9%인 만기 보장 수익률을 5%로 낮추는 단서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금리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이다. 지금 시세로 삼성카드 전환사채를 사면 연 10% 정도의 고수익을 챙길 수도 있지만, 주권이 상장된다면 되레 -2%에 가까운 손실로 반전되고 만다.(그래프 참조) 현대카드 역시 주식이 만기 내 상장되면 전환사채 수익률을 9%에서 6%로 낮추도록 돼 있어 양면적인 손익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주식 전환 메리트는 있나?=상장이 되더라도 전환 가격과 상장 뒤 예상 주가가 유동적이어서 전환 차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삼성카드의 주식 전환가는 현재 8608원이다.(감자가 끝나면 5배인 4만3040원) 하지만 상장 때 공모가격이 전환가보다 더 낮게 책정되면 공모가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아 유리하다. 현대카드의 현재 전환가는 8831원이지만 상장할 경우 공모가격의 80%로 바뀐다. 공모가보다 20% 낮은 가격으로 전환할 수 있어 상장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청약을 통해 전환사채를 받았거나 카드대란 때 헐값에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손해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현재 가격에서 전환사채를 매수할 경우다. 현재 삼성과 현대카드의 전환사채는 채권 액면가인 1만원 대비 25~27%대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으므로 상장 뒤 주가가 그만큼 올라줘야 손해를 안 본다. 상장 때까지 기회비용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주가가 전환가보다 최소 30% 이상 상승해야 한다. 올 상반기 주당 순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전환가격을 엘지카드의 주가와 단순 비교해보면 현대카드가 가장 낮게 평가돼 있다.(표 참조) 현재까진 주식 전환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투자전략과 전망=삼성카드는 상장이 안 될 경우엔 고수익 확정금리 상품이 된다. 상장이 되면 이자 축소 부분과 주식 리스크를 저울질해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반면 현대카드는 지금 사면 채권 수익률의 매력은 높지않다. 아직 상장 움직임이 없지만 주식 전환 차익에 승부를 건다면 투자할 만하다.
참고로 먼저 상장됐던 카드 3사의 주가는 모두 상장 초기 공모가보다 30% 이상은 거뜬히 올랐다. 2000년에 상장한 국민카드는 한달도 안 돼 100% 올랐다. 외환카드도 한달 만에 두 배로 치솟았고 엘지카드는 한달간 40%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물론 삼성·현대카드도 같은 길을 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앞으로 카드 업황과 재무 개선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공모가격의 수준에 따라 투자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