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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양도세 중과’로 매물 잠기고…‘임대등록제’ 신종투자 변질

등록 2018-09-07 05:01수정 2018-09-10 09:15

부동산대책 긴급점검
① 8·2대책 왜 안 먹혔나

섣부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짧은 유예기간 매물 거의 안 나와
4월 시행 뒤에도 매도 않고 버티기

‘임대주택 등록제’ 부작용
‘전월세 시장 안정’ 정책 취지보다
세제혜택이 다주택자 투자 출구로

‘너무나 높은 벽’ 청약가점
공급 못 받쳐줘 잠재수요 불안 가중
젊은층 ‘당첨 별따기’ 조급증 키워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에 따라 정부의 강도 높은 투기 억제책이 촘촘하게 가해졌으나 서울 집값은 외려 상승세를 멈추지 않았다. 정부가 다시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집값 오름세의 원인과 기존 대책의 한계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부동산시장 불안이 서울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지적 과열 양상인 것은 사실이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의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의 유입,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 발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예년보다 줄어드는 등 주택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가격만 상승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났다는 게 국토부의 자체 진단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주택시장에 흘러드는 돈줄을 더 죄고 서울·수도권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공공택지 추가 확보가 검토되고 있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런 진단은 다소 단편적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서울 집값은 올해 1~2월에도 한 차례 급상승한 바 있으며, 당시 용산구와 마포구, 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이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함께 오름세를 주도했다. 또 저금리와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인한 시중 유동성 과잉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린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다시 말해 주택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가격이 상승하는 최근의 현상을 이례적이라고만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8·2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7.19%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선 1분기에만 3.53% 오르는 등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에서 제시한 ‘투기수요 억제, 실수요자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 방향은 옳았지만, 투기 억제는 느슨했고 공급은 더딘 탓에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최근 당·청 관계자들이 강조할 정도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 다주택 양도소득세 강화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던 세제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똘똘한 한 채’로 상징되는 1가구 1주택자의 세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가벼워지는 등 다주택자와 1주택자 간 불균형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의 경우 짧은 유예기간을 두고 올해 4월부터 시행됐는데, 유예기간 동안 매물이 다량으로 나오지는 않고 4월 이후 매물 잠김 현상만 가속화된 것도 최근 집값 불안의 불씨가 됐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12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활성화하기로 한 임대주택등록제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세 부담을 안게 된 다주택자의 출구로 이용되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문제를 더 키웠다. 주택을 새로 구입하는 경우까지 세제 감면 혜택을 준 데 따라 임대사업자 등록이 양도세 중과세를 피해갈 수 있는 신종 투자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강남의 신규 임대주택 등록자 가운데 40%가 새로 주택을 구입한 사례로 파악됐다”며 뒤늦게 제도 개선 방침을 밝혔다.

8·2 대책의 또다른 핵심이었던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 시행한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 개편의 경우 충분한 주택 공급이 병행되지 않은 데 따라 잠재 주택수요층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킨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부양가족이 많은 중장년층에게 절대 유리한 청약 가점제 확대로 인해 새 집으로 옮기려는 1주택 소유자, 젊은 직장인 등 청약 가점이 낮은 이들은 신규 아파트 당첨이 ‘하늘의 별 따기’로 변했기 때문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서울과 인근 지역에서 신규 민간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던데다, 하반기에 예정된 물량도 청약 가점제로 문턱이 높아진 탓에 수요자들의 마음이 조급해진 것도 집값 불안을 가중시킨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은 속도 면에서 더딘 편이다. 정부는 지난해 공적 임대주택 85만호 공급계획을 밝힌 데 이어 11월 ‘주거복지로드맵’과 올해 7월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을 통해 젊은이들을 위한 ‘신혼희망타운’ 공급 확대 방안도 내놨다. 신혼희망타운은 총 10만가구 공급이 목표지만 택지지구 조성을 거쳐 착공하기까지 소요되는 일정이 길어 약 5만5천가구는 2023년 이후 분양될 예정이다. 또 연말 위례새도시와 평택고덕국제도시에서 시범단지 공급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기존 택지지구에서의 공급 속도도 더딘 편이다. 여기에다 입주자 연소득이 7200만원(3인가구 기준) 이하로 제한되는 등 수요층 확장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업계에선 양호한 입지의 공공택지 조성 외에 서울 시내 도심권에서도 젊은층을 위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번주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6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지난 3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주 대비 0.47% 올랐다. 지난달 27일 정부의 투기지역 확대 발표로 오름폭이 전주(0.45%)보다 크게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높은 폭의 상승세가 멈추질 않고 있다.

정부는 8·2 대책 1년 만에 종합 부동산대책을 새로 내놓기 위한 당·정·청 협의에 착수한 상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급·수요를 아우르는 ‘부동산 종합대책’을 추석 연휴 이전에 발표하겠다고 6일 밝혔다. 그는 이날 소득주도성장특위 출범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 부처 간) 협의를 마치는 대로 금융·세제를 포함한 수요 측면 대책과 여러 가지 주택 공급 측면을 포함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 맞춤형 대책 등 3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훈 정은주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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