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올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전국 평균 18.61% 하락하면서 주택 소유자들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먼저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공시가격안이 확정되면 올해 1세대 1주택자 기준 종부세 대상 주택수가 전체 공동주택의 1.56%(23만1564호)에 이를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1세대 1주택 종부세 대상 주택 45만6360호(전체의 3.14%)에 견줘 49.3%나 줄어드는 것이다. 공시가격 하락과 함께 1주택자 종부세 부과대상 공시가격이 지난해 11억원에서 올해는 12억원으로 상향조정된 점도 영향을 끼쳤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 폭(17.30%)으로 내린 서울에서는 상당수 고가 아파트 단지가 1세대 1주택 기준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벗어난다. 예를 들면,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59㎡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3억8200만원에서 올해 10억9400만원으로 내려 1주택자는 올해 종부세를 내지 않게 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팀장(WM사업부)의 세액 추정치를 보면, 이 주택의 소유자가 59살 미만, 보유기간은 5년 미만이라고 가정할 때 지난해는 종부세 포함 412만원의 보유세가 부과됐으나 올해는 재산세만 253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8.7%, 2020년(343만원)보다 26.4%가량 세 부담이 감소한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84.43㎡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20억2600만원에서 올해 15억4400만원으로 23.79% 내리면서 보유세가 452만원으로 2020년(565만원)보다 20% 떨어진다. 다만, 이런 보유세 추정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와 같다(종부세 60%, 재산세 45%)고 가정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서울 시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내린 송파구(-23.20%), 노원구(-23.11·%), 동대문구(-21.98%), 강동구(-21.95%) 등에서 ‘종부세 그물망’을 빠져나가는 주택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까지 포함한 종부세 부과 대상자 역시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122만명, 세액은 4조1천억원이었다. 올해는 공시가격 하락과 과세 기준 및 세율 조정 등에 따라 주택분 종부세 대상 인원과 세액이 지난해의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집값 하락에 더해 다주택자 기본공제금액 인상(6억원→9억원), 조정대상지역 2주택 중과세 폐지, 종부세 세율 인하 등 정부의 보유세제 개편이 세수 감소를 가져올 전망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올해 공시가격 하락이 부동산 거래시장에 끼칠 영향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공시가격 하락으로 인한 보유세 경감이 주택 보유자의 불안감 해소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공시가격 하락이 규제지역 해제, 보유세 관련 공제액 및 세율·세부담 상한선 인하 등과 맞물리면서 과세 부담이 확 줄었다”면서 “보유세 부담이 경감되면서 집주인들이 급하게 내놓는 급매물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이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돼 있는 다주택자 취득세율 인하까지 이뤄진다면 보유세 경감과 맞물려 투기성 주택 구매 수요가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