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집주인의 종합부동산세 과세액을 좌우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정부의 손질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종부세 감세를 위해 이 비율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춰놓았지만, 집값 하락·세수 감소 우려 등으로 정상화할 필요성이 커져서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종부세 공정가액비율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가액비율은 일종의 종부세 할인율이다. 종부세는 매년 6월1일 기준 개인의 집값(공시가격) 합산액에서 기본 공제액을 뺀 금액에 공정가액비율을 곱해 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과세표준)을 구한다. 공정가액비율이 높을수록 과세표준이 커져 종부세를 더 내야 한다. 반대로 비율이 낮아지면 세 부담이 줄어든다.
공정가액비율은 기재부가 종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체적으로 60∼100% 범위에서 정할 수 있다. 지난해엔 시행령의 하한인 60%를 적용했다.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을 집값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해서다. 원래 정부는 지난해 종부세액 산정에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하려 했으나, 야당 반대로 공시가격 환원이 어려워지자 ‘역대 최저 공정가액비율’이라는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종부세 공정가액비율은 이 제도를 도입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80%를 유지하고, 집값이 오름세를 보인 2019년 85%, 2020년 90%, 2021년 95%로 상향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와 사정이 달라졌다. 우선 집값 하락으로 보유세 산정 기준인 공시가격도 함께 내리게 됐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를 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값은 1년 전에 견줘 7.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서울 아파트값도 각각 9.6%, 7.8% 내렸다. 정부는 조만간 올해 1월1일 기준 아파트(공동주택) 공시가를 공개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말 종부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종부세 감세 조처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며 세수 감소 우려도 큰 상황이다. 역대 가장 낮은 공정가액비율을 유지할 명분이 약해진 셈이다. 올해부터 종부세 기본 공제액 상향(6→9억원), 일반 세율 인하(0.5∼2.7%), 종부세 중과세율 적용 대상 축소(과세표준 12억원 초과 3주택 이상 보유자) 등을 시행한다. 공시가격을 산출할 때 집값 시세에 곱하는 할인율인 현실화율도 올해 아파트 기준 72.7%에서 2020년과 같은 69%로 내리기로 했다.
세수 감소는 기재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정부는 올해 종부세 세수를 지난해 전망치(8조6천억원)보다 약 34% 줄어든 5조7천억원으로 추산해 세입 예산안을 짰다. 이때 적용한 기준이 공정가액비율 80%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종부세 세수도 애초 전망치를 크게 밑돈 6조8천억원에 그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적용할 종부세 공정가액비율은 검토 중”이라며 “최종 비율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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