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부채 증가 규모를 약 100조원 이내로 관리할 계획이다. 집값이 폭등하던 2020년 증가액과 큰 차이가 없는 목표치다. 시장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의지를 의심할 여지를 남긴 만큼, 향후 부동산 매수 심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7일 발표한 2024년도 업무계획에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고금리 국면에 감소세로 전환했던 가계대출은 수도권 집값 반등과 맞물려 지난해 4월부터 다시 증가해왔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 10조1천억원 늘어나며 한 해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바 있다.
금융당국이 밝힌 가계부채 증가액 관리 목표치는 약 100조원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올해 경상성장률이 4.9%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이를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한 지난해 2분기 말 한국 가계부채 규모(2218조원)에 적용하면 100조원 안팎이 된다. 한국은행이 산출한 지난해 3분기 말 가계신용(1876조원)을 기준으로 따지면 90조원 정도다. 올해 가계 빚이 90조∼100조원 불어나도 금융당국의 목표 범위 안에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집값이 급격하게 오르던 2020∼2021년과 차이가 크지 않은 수치다. 한은이 집계하는 가계신용은 2020년에 128조9천억원, 2021년에는 133조4천억원 늘어난 바 있다. 여기서 금융당국이 관리 대상으로 삼지 않는 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의 증가액(금융당국 집계 기준)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112조3천억원, 107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목표치를 느슨하게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소영 부위원장은 “가계부채는 한꺼번에 너무 급격히 조정하면 안 된다”며 “급격하게 줄이면 시스템 리스크가 커질 수도 있고 그 다음에 경기에 부정적인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는 이날 업무계획에서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을 한 채 이상 보유한 차주가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에 한해 전세대출 이자상환분을 디에스알 산정에 포함하는 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유주택자가 다른 집에 세입자로 들어갈 때만 적용되는 데다, 원금이 아닌 이자만 디에스알에 포함되는 만큼 가계대출을 조이는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전세대출을 이용하는) 분들을 급격하게 어렵게 만들면서 제도를 도입하는 건 저희는 별로 가능한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가 됐다는 얘기를 제가 못 들었다”고만 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