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월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이날 출시된 ‘안심전세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증가하는) 기울기는 완만하겠지만 미분양 물량 10만호까지는 예측 내지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21일 ‘부동산발 금융위기, 연착륙 해법은’을 주제로 열린 제10회 연합뉴스TV 경제심포지엄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원 장관은 미분양 물량이 많은 대구의 예를 들며 “1만7천호 미분양이라니 큰일이 날 것 같지만, 대구는 2020~2021년에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쏟아져 나온 곳”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이 급 성수기일 때 나온 물량이라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비싸고, 여기에 세금도 내야하기 때문에 미분양으로 남게 됐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대구의 미분양 60%는 비교적 대기업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회사의 금융위기로까지 전이될 물량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위기 때 대기업 우량사업까지 미분양이 나 시장 전체가 마비되는 ‘미분양발 금융위기’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전체 경제위기까지 발생하는 고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원 장관의 이런 발언은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7만5359호로, 10년 2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위기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위기 당시 전국 미분양 주택은 최대 16만호를 넘어섰고 악성 미분양이라 볼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2009년 당시 최대 5만호에 이르렀다. 현재는 7만5천호의 미분양 주택 중 준공 후 미분양은 7546호에 그치고 있다. 원 장관의 이날 발언은 건설업계의 미분양 주택 매입에 요구에 대해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고 밝혔던 그간의 입장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날 원 장관은 부동산 시장 현재 상황에 대해선 “대세 반전을 얘기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원 장관은 “아직도 분양가나 호가가 주변 시세나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것보다 높다”면서 “매도자들은 배짱 분양, 배짱 호가를 부르고, 매수인들은 어디까지 내리나보자며 소위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비속어)를 하는 상황이라 관망세가 아직 크다”고 말했다. 또 “실수요인 전세, 월세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하방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민간이 너무 위축돼있을 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물량을 당겨서 분양한다든지 해서 변동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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