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내 곁에 산재
반지하 전세보증금 7천만원 피해
34살 연극배우의 꿈 꺾이지 않길
반지하 전세보증금 7천만원 피해
34살 연극배우의 꿈 꺾이지 않길
전세 사기 피해자 강시내(가명)씨가 2023년 1월4일 저녁 서울의 한 치과병원을 청소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아침 퇴근이 몸에 남긴 것
밤을 새우며 햄버거를 만들던 6년의 시간은 강시내의 몸을 서서히 망가뜨렸다. 가장 오래 일한 곳은 서울 강남에서도 가장 손님이 많은 맥도날드 매장이었다. 맥도날드 본사 임원들이 정기적으로 들러 점검하는 곳이기도 했다. 처음 1년은 잘 몰랐다. 젊으니까 건강하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잠자도 피곤하고 몸이 부었다. 생리도 불규칙해졌다.
야간근무를 시작하는 밤 10시는 피크타임이다. 새벽 2시까지 바쁘다. 아침 6시부터 다시 바빠진다. 직장 단체주문이 들어오고 7시가 넘으면 매장으로 사람들이 밀려온다. 손님이 적은 시간에는 낮에 들어온 부자재 정리와 냉장고, 냉동고 청소를 한다. ‘드라이브스루’도 가능한 매장이었다. 버거 주문이 들어오면 1분, 늦어도 1분30초 안에 만들어야 했다. 너깃을 튀겨야 하면 3분30초다.
일이 고돼 아침에 퇴근할 때는 손이 덜덜 떨렸다. 정형외과에 가서 손목 아대(보호대)를 처방받아 끼고 일했다. 근로계약도 4대보험 가입도 정석대로 해주는 곳이지만 산업재해 신청을 할 생각 같은 건 나지도 않았다. 근무 스케줄을 짜는 매니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원하는 야간근무를 풀타임으로 하는 게 중요했다. 손이 빠른 강시내에게 정직원 매니저로 일하자는 제안이 왔지만 맥도날드처럼 험하게 일하지 않아도 최저임금을 챙겨주는 곳이 많다는 걸 알았다.
맥도날드에서 일하던 2019년 가을,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자에는 “MBC <피디수첩>에 전세 사기의 주범으로 나온 진○○이다. 방송 때문에 임대업이 마비되어 당신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쓰여 있었다. 진○○는 594채의 집을 가졌다고 하는 갭투자 임대업자다. 강시내의 전셋집은 그 594채 중 하나였다. 집은 반지하였다. 전세보증금 7천만원은 청년버팀목전세로 대출받은 돈이었다.
버거를 만드는데 눈물이 났다. 소식을 들은 강시내의 어머니도 주저앉았다. 고향에서 노래방을 하던 어머니는 아팠다. 혼자 해결해야 한다.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 전화했다. 국토교통부에 전화했다. 국회에 찾아갔다.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답뿐이었다.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당신과 같은 피해자들을 모아오면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카톡방을 열고 ‘○○카페에 앉아 있겠습니다’ 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접촉해서 사례를 모았다. 10건, 20건을 모았다. 국회에 가보자고 해서 모였는데 200건을 모아온 사람이 있었다. “무슨 논문처럼 모아왔더라고요.” 그러나 국회도 정부도 해결책을 찾아내진 않았다. 방송사에서만 자꾸 연락이 와서 물었다. “그냥 전세 사기 말고 다른 사례는 없나요? 비트코인하고 겹친 분이라든지.”
맥도날드 다음 청소일
꿈 앞에 놓인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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