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격차가 얼마 되지 않는 ‘깡통전세’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집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간 격차가 얼마 되지 않는 ‘깡통전세’가 늘어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무여건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법이 정한 공사의 총액 한도에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어 추가 자본 확충 방안을 두고 정부와 공사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9일 주택도시보증공사 설명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공사 제출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공사의 보증 총액은 자기 자본의 52.2배 규모였다. 주택도시기금법이 정한 한도(60배)를 넘어서지는 않았지만, 공사가 중장기 경영 계획 속에서 내부적으로 정한 ‘적정’ 보증배수인 50은 넘어섰다. 보증배수란 자기자본 대비 보증금액 비율을 뜻한다.
공사의 보증배수는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오름세다. 2019년 12월 기준 45.6에서 2020년 47.4, 2021년 49.2, 지난해에 52.2로 올랐다. 공사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보증한도 현황 및 추정’ 보고서를 보면, 공사는 올해 말이면 보증배수가 59.7으로 한도에 거의 가까워지고, 내년 말에는 66.5로 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보증배수가 빠르게 오른 것은 공사의 신규 보증 발급 건수가 2021∼2022년 사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발급건수는 2018년 8만9351세대, 2019년 15만6095세대, 2020년 17만9374세대, 2021년 23만2150세대, 지난해 23만7797세대로 늘었다. 전세가격이 오르고 갭투자가 급증한 가운데, 보증보험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올라간 점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발급 금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공사가 발급한 보증 총액은 54조451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만약 지금처럼 보증 발급이 계속 늘어나 보증총액이 법정 보증한도를 넘어서면, 신규 보증 발급이 어려워진다. 공사 관계자는 “보증총액이 법정 한도를 넘어서더라도 기존 가입자의 전세금 반환 보증상품에는 문제가 없고 허그의 대위변제는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다만 신규 보증 발급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공사는 자본 확충 방안을 두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무자본 갭투자가 기승을 부렸던 2020∼2021년 전세 계약을 맺은 이들의 계약 만기일이 계속 돌아오고 있어, 자본 확충 논의를 할 시간이 많지는 않다는 분위기다. 현재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주택도시기금뿐 아니라 일반회계 예산을 활용해 공사에 추가 출자하는 방안을 두고 검토와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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