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진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창문에 구제 방안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 전세보증금을 잃게 된 세입자에게 ‘깡통전세’ 위험성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공인중개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 반정우 부장판사는 세입자 ㄱ씨가 공인중개사와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인중개사와 서울보증보험이 공동으로 A씨에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ㄱ씨가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1억원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ㄱ씨는 2015년 8월 서울 구로구의 한 건물에 있는 방을 보증금 1억원을 내고 2년간 임차했다. 이 건물에는 약 70개의 방이 있었고, ㄱ씨가 계약할 당시 그보다 먼저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들의 임대차 보증금은 약 29억원이었다. 채권최고액 합계 22억여원의 근저당권도 설정돼 있었다.
ㄱ씨는 2017년 8월 임대차 계약을 갱신했지만, 이 건물과 부지는 2018년 1월 경매에 넘겨졌다. 매각대금 약 49억원이 근저당권자와 선순위 임차인 등에게 먼저 배당되면서 ㄱ씨는 한 푼도 변제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공인중개사가 성실하게 중개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ㄱ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ㄱ씨보다 선순위 임차인의 임대차 보증금이나 최우선 변제권이 있는 소액임차인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전혀 기재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정보를 ㄱ씨가 알았다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ㄱ씨가 해당 건물의 시가나 권리관계 등을 조사·확인해서 자신의 임대차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할 수 있는 위험성을 따져보아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한 사실을 인정할수 있다”며 배상범위를 40%로 제한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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