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공시가격 ‘상위 2%’ 종합부동산세안을 폐기하는 대신 현행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과세 기준선을 높이기로 국민의힘과 전격 합의하고, 이날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그동안 논란이 거셌던 종부세 개편이 가닥이 잡혔다. 공시가격 ‘상위 2%’는 올해 기준으로 공시가격 11억원이어서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여당으로서는 고액자산가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서 종부세의 취지를 확장하고 정률(%) 기준으로 밀어붙이려 한 게 무리수였음을 자인한 셈이 됐다.
지난달 7일 민주당이 당론 발의(유동수 의원 대표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현재 공시가격 ‘9억원 이상’에 부과하던 1가구 1주택 종부세를 공시가격 ‘상위 2%’에 부과하고, 반올림으로 억단위를 만들어 해마다 기준선을 결정하는 게 뼈대였다. 이에 야권에서는 ‘사사오입 개헌’이라는 비난이 나왔고 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마다 과세 기준이 버뀌는 것은 조세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우려가 이어진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이 막판에 이런 비판과 우려를 수용하는 대신 국민의힘의 과세 기준선 12억원 상향 주장과 절충을 거쳐 11억원으로 합의에 이른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료를 보면, 올해 기준 상위 2%에 해당하는 주택 공시가격은 10억6800만원이었다. 또 여당으로선 종부세 고지서가 해마다 11월에 발송되는데 행정 절차, 이의 신청 등을 감안하면 8월 국회까지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올해부터는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추가공제액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돼 기본공제액 6억원을 더한 공시가격 11억원 초과 주택부터 종부세가 부과된다. 올해 공시가격 11억원 초과 주택은 시가로 15억7천만원으로, 전국적으로 34만6천호(1.9%)에 이른다. 1주택자인 과세 대상은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1주택자 종부세 대상이 공시가격 11억원으로 상향조정되는데 따라 종부세 부담에서 벗어나는 주택이 늘어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시가가 13억원을 넘으면 소액이라도 종부세 납부를 고려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시가 16억원선으로 이 기준선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각종 세부담 증가로 최근 1가구 1주택자들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추세인데, 이번 종부세 부과기준 상향은 중저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나 다주택자가 고가주택으로 갈아탈 유인을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6억원씩(합산 12억원) 공제받는 부부 공동명의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는데 따라 혜택이 일부 축소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는 부부가 주택을 공동명의로 하면 1인당 6억원씩 12억원의 공제를 받게 돼 1주택자의 공동명의가 성행했다. 그런데 공동명의 공제액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종부세 부과기준은 상향되는 탓에 앞으로 공시가격 12억원(시가 17억1천만원) 이하 주택은 공동명의에 따른 절세 효과가 사라졌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부부 공동명의 공제액도 18억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했지만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조세소위와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종부세 개정안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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