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일 자신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수사와 관련해 시민들의 판단을 구하겠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 검찰도 4일 전격적인 구속영장 청구로 맞대응했다. 사진은 지난 5월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입장하는 이 부회장. 연합뉴스
지난 4일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삼성이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명의로 5일부터 7일까지 3일 연속 해명자료를 배포하는 등 이 부회장과 관련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적극 방어하고 나섰다. 삼성이 자사 관련 보도에 대해 연속적으로 공식 해명자료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그룹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7일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이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낸 보도자료의 첫 문장은 “삼성이 위기입니다”로 시작한다. 이 자료에서 삼성은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위기를 언급하며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되어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자료에서 삼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시세 조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여러 불법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지난 6일 한 방송사가 이 부회장에게 구체적 승계 작업이 보고됐다는 증거를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삼성은 이날 밤늦게 보도자료를 내어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인 내용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에도 삼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부회장이 시세 조종 등의 의사 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주장”이라는 이 부회장 변호인단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삼성이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해명과 함께 ‘위기 극복론’을 설파하고 나선 것은 8일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와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소집을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를 앞둔 ‘여론전’ 성격이 짙다. 특히 지난 2일 이 부회장이 심의위를 신청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나 미-중 무역갈등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굳건한 실적을 내보이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여론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로 구성된 심의위를 통해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아보자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심위의 소집에 앞서 검찰이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위기에 몰린 삼성이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의혹을 해명하는 한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삼성 역할론’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삼성은 7일 낸 보도자료에서 “장기간에 걸친 검찰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되어 있다”며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삼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부회장 재판으로 인한 삼성의 위기를 드러내면서 ‘삼성이 무너지면 한국경제에도 위기가 발생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위기 극복론’은 과거 경영권 불법 승계나 비자금 의혹 등 삼성을 둘러싼 법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삼성이 취해온 일관된 전략이기도 하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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