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한화·미래에셋 등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을 감독하기 위한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7일 현재 모범규준으로 돼 있는 금융그룹감독 제도를 법률로 제정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20대 국회 때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있었으나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부입법을 통해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법률안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 중에서 금융지주·국책은행 등을 제외한 금융그룹을 감독대상으로 지정한다. 현재 여기에 해당하는 곳은 삼성·한화·미래에셋·현대차·교보·디비(DB) 등 6개 비지주 금융그룹이다. 비지주 금융그룹은 금융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이 상당함에도 지금까지 규제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법률안은 금융그룹의 대표회사로 선정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그룹 위험관리기구와 내부통제체계를 마련해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금융그룹의 내부거래·위험집중이 금융그룹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계열사로부터의 위험전이 가능성 등 그룹 차원의 위험을 평가한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대표회사는 금융그룹 차원의 자본적정성 현황과 위험요인 등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자본적정성 비율이나 위험관리실태 평가 결과가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 자본 확충, ·위험자산 축소 등 경영개선계획의 제출과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법률안은 의원입법안에 담겨있는 일부 민감한 조항은 제외했다. 대표적으로 비금융사의 주식취득 한도를 법으로 규정하는 조항이다. 이 조항이 법제화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보유 지분(현재 8.8%) 일부를 강제매각해야 한다. 또한 그룹내 금융사-비금융사간 임원 겸직·이동 제한, 금융당국의 비금융사에 대한 직접적 자료요구권, 대주주 주식처분명령 등의 조항도 제외됐다. 금융위는 “이들 규제는 국제기준 등을 고려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는 등 보다 체계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9월 국회 제출 뒤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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