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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착잡한 삼성…“이 기회에 총수 중심 경영 바꿔야”

등록 2017-02-17 17:21수정 2017-02-17 22:31

이재용 구속 뒤 삼성과 경제단체는 충격
주가엔 영향 없어…“인수합병 사업만 영향”
계열사별 독립 경영 전환 목소리 높아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연매출 30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 삼성이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큰 충격에 빠져든 모습이다. 17일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대해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입장만 내놨다. 밤새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렸던 삼성그룹 관계자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착잡한 심정을 나타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수감 이후 그룹 경영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미래전략실과 사장단 협의체가 컨트롤타워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008년 비자금 사건 때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사장단 협의체 방식으로 그룹 경영을 꾸린 바 있다.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이 해체를 약속했지만 한동안 그룹 구심점 역할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삼성그룹 쪽은 “어떤 논의나 전달 사항도 없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우려 섞인 입장을 내놨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대표기업이 경영공백 상황을 맞게 된 데 대해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다. 삼성의 경영 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이지는 않았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42%(8000원) 떨어진 189만3000원을 기록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도 “이 부회장의 공백이 기존 사업과 기술 개발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국외 기업을 인수합병 하는 데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진의 뇌물죄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국외 인수합병 과정에서 혁신적인 젊은 기업의 인재를 영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삼성그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총수를 중심으로 한 미래전략실의 계열사 통제를 계열사별 독립 경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대기업 집단의 ‘컨트롤타워’ 존재를 인정하되 최종적인 책임은 계열사별 이사회가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소장은 “계열사들이 있는데 이를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없을 순 없다. 대신 이사회에 외부 주주가 추천한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들어가서 총수일가가 사익을 추구하거나 잘못된 경영을 하는 것을 막는 책임 경영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한화 등 재벌 기업에서 일한 바 있는 주진형 한화증권 전 대표는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이 구속된 뒤 임원들이 찾아가 다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왔다. 총수의 개입 폭은 이전보다 줄겠지만 누가 역할을 하는지 봐야 한다. 미전실 해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개별 계열사에 의사결정 권한을 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삼성의 성장사를 다룬 <삼성웨이>를 쓴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국민은 미래전략실이 기업의 미래가 아닌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에만 골몰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그룹의 컨트롤타워는 기업의 문화를 만들고 내부 기강을 잡는 역할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삼성이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기능을 할 곳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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