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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이재용 구속…삼성그룹은 어디로?

등록 2017-02-17 06:13수정 2017-02-17 17:01

삼성전자 등 계열사 사업 당장 차질 없을듯
김상조 “삼성은 원래 총수 관여도 낮아”
주진형 “대표이사 있는데 경영 공백 없다”

“중요 의사결정에 차질 불가피” 전망도
이재용, 승계 안정화·사회적 신뢰 위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17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이 부회장을 기다리던 삼성그룹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17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이 부회장을 기다리던 삼성그룹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자산 350조원 규모의 국내 1위 재벌기업의 ‘꼭대기’가 사라졌다. 삼성그룹은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게 됐다.

17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옥중 경영’ 체제로 들어가게 됐다. 수백억원 상당의 뇌물공여 혐의 등이 유죄로 확정될 때는 상당 기간 이 회장의 부재가 불가피하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수감 뒤 경영 체제에 어떤 변화를 줄지 아직 밝히진 않은 상태다.

삼성을 비롯한 재계 쪽은 총수 부재 상태의 부작용을 강조한다. 삼성은 관례대로라면 연말에 실시해야 할 임원 인사를 미뤄왔고, 통상 3월에 실시하는 그룹 공채 일정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최대 기업의 총수 부재가 당장 ‘경영난’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삼성그룹의 성장사를 다룬 <삼성웨이>를 쓴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일상적 업무는 만들어진 전략이 있고 실행할 인력이 있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계열사 사장단 인사 등이 미뤄지는 것도 경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삼성은 다른 재벌과 달리 그룹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는 정도가 가장 낮았다. 총수나 미래전략실이 개별 계열사의 평상시 업무에는 한 발 물러서 있고 그룹 전체의 모니터링과 조정 역할을 해와서 이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이 일신상 변동이 있더라도 그룹 경영이 멈추는 취약한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전에도 총수의 부재를 경험한 바 있다. 2008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뒤 23개월 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김상조 소장은 “과거에도 주요 계열사들은 일상적인 경영 시스템으로 복귀했다”며 “충격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에서 오랫동안 임원으로 일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는 “삼성은 미래전략실이라는 집단지도체제를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도 결정에 관여하지만, 없다고 해서 결정을 못 하지도 않는다”며 다른 시각을 내놨다. 그는 “삼성전자의 대표이사가 다 멀쩡히 있는데 경영 공백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라며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략적 결정이 필요한 경우 등에는 혼란과 차질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경묵 교수는 “직접 상대를 만나 협상해야 할 때나 이 부회장이 가진 외국 기업 경영진과의 네트워크가 필요할 때 빈자리가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리더가 하는 일은 방향 제시다. 구속돼 있는 동안 인수·합병 등 중요 의사결정이 미뤄지거나, 제한된 정보로 인해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발화 등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 트럼프 행정부 등장으로 강화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도래에 따른 적기 투자 전략 등 삼성그룹이 당면한 과제는 여럿이다. 또 삼성그룹은 화학과 방산 부문을 매각하고 미국 업체 하만을 인수해 자동차 전장사업에 뛰어드는 등 사업을 재편하는 중이었다.

기업 이미지 실추 등의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업체의 제3국에서의 뇌물 범죄에도 사업 제한이나 벌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반부패법이 적용될 가능성도 삼성으로서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상장돼 있다.

이 부회장 개인으로서는 최대 기업을 이끄는 후계자로서의 입지와 이미지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게 됐다. 그는 가끔씩 회사로 출근했던 이건희 회장과 달리 미국 실리콘밸리 아이티(IT) 기업 최고경영자처럼 경영 일선을 뛰는 ‘활동형 시이오’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지분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경영 능력을 믿고 맡겨야 한다’는 사회적 신뢰를 쌓을 시간과 기회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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