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을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쓰러진 뒤 빠르게 진행되던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일단 멈춰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작업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굳히기 위한 지배구조 재편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2014년 화학과 방산 부문 계열사를 매각하고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등 다각도로 계열사를 재정비해왔다. 삼성은 이를 선택과 집중이나 시너지 등을 노린 사업구조 재편이라고 설명했지만, 세간의 해석은 달랐다.
앞서 통합 삼성물산의 출범 배경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는 논란과 소송전까지 이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에는 삼성물산 합병 성사 등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이 부회장이 특검 수사를 받고 17일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번 일로 삼성이 의도한 승계 작업은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삼성이 이렇게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승계를 위한 사업 재편을 계속 밀어붙이면 국회에서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더 높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대주주로서 지주회사 이사회의 의장 역할만 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엔 재벌그룹이 지주회사 추진 과정에서 ‘자사주 마술’을 활용해 돈을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높이는 것을 막는 상법 개정안 등이 제출돼 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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